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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꿈이 빛나는 거제의 여류시인 김정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이 온다는 거제 동쪽 바다 자락에는 거제를 대표하는 여류시인의 집이 있다.

일운면 반송재로 548 빛여울, 아직 못다 이룬 시인의 꿈이 봄볕 맞는 매화꽃 향기만큼 싱그럽게 피어오르는 곳이다.

1932년생, 올해로 83세인 김정완 시인은 누가 뭐래도 거제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여류시인이다.

일제 강점기인 1932년 창원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지는 사등면 사근리로 했다. 400년 넘게 선조들이 살아온 거제 땅이 진정한 고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인은 유년 시절 자주 거주지를 옮겨 다녔다. 공직에 몸을 담고 있던 부친을 따라 창원과 부산, 그리고 10살 무렵엔 만주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시인은 아직도 백두산 인근 이주마을에서의 생활을 생생히 기억하고, 또 추억한다.

“당시 간도에 독립투사가 세운 여자학교가 봉정여자고등학교와 간도여자고등학교 두 곳이 있었는데 나는 간도여자고등학교에서 기숙생활을 하며 지냈지요. 당시 학생들 학구열이 대단해서 나도 자연스레 기숙사에서 책 읽을 읽어오던 습관이 문학의 소양을 기르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하고 간도에서 보낸 유년 시절 이야기를 떠올렸다.

시인은 해방이 돼서야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만주에서 백두산을 넘어 두만강을 건너는데 11일, 또 다시 함흥, 길주를 거쳐 서울까지 가는데 한 달이란 시간이 걸렸단다.

추석 다음날 출발해 고향 거제에 도착할 때까지 꼬박 40여 일 넘게 걸린 고된 여정도 이제 시인에겐 모두 소중한 추억일 뿐이다.

시인은 해방 이후 성포에 있는 사등국민학교(현 사등초등학교)에서 1년 동안 교직에 몸담는다. 당시 거제지역의 교육환경이 열악해 교사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그래서 시인은 당시 사등국민학교 양재식 교장의 부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잠시 경험했다.

하지만 시인은 교직생활을 하면서 더 많은 배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듬해 마산여자기술고등학교에 진학해 배움을 이어갔다.

시인이 학업을 마칠 즈음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그리고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결혼을 하면서 1남 4녀의 어머니로 삶을 시작한다.

시인이 다시 학업을 시작한 것은 40여 년이 지난 후 어머니로서의 삶을 충실히 하고 자식들이 시인의 품에서 독립한 시기였다. 나이 60이 넘어 한양대학교와 고려대 사회교육원에서 독학사와 시 창작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학업을 위해 거제에서 서울까지 천 리 길을 마다치 않던 시인은 그의 나이 66세가 된 1996년 조선문학을 통해 등단하고 첫 시집 ‘남녘 끝의 햇살’을 세상에 선보였다.

2000년에는 제2집 ‘거제도’, 2005년에는 제3집 ‘어느 별의 눈짓’, 2007년에는 제4집이자 희수 기념 시화집인 ‘둥근 내면의 빛여울’을 펴낸 데 이어 최근에는 제5집 ‘바다 비취빛에 들다’를 펴내 팔순을 넘긴 여류시인의 펜 끝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거제문협과의 인연은 1996년 열린 문학세미나에서 시작한다. 시인은 문학세미나가 있다는 소식을 알고 예총에 연락해 참석하면서 거제문협 활동을 시작했고, 1998년과 1999년에 거제문협 부지부장을 역임하고 2000년부터 2001년까지 거제문협 지부장을 맡으며 지역 문학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시인은 당시 거제지역 문단은 외부교류가 다소 미흡하다는 생각에, 또 거제의 문인협회를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전국 각지의 문학행사에 참여하고 각 지역의 문인들과 교류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인의 노력은 전국에 거제문인협회의 이름을 알리는데 적잖은 이바지를 했고, 시인의 이름은 거제지역 여류시인 중 유일하게 한국여성 문인사전에 등재되는 결과를 남겼다.

현재 시인의 보금자리인 ‘빛여울’은 시인의 남은 삶을 보내기 위해 지은 집이다. 집을 짓기 전 수도권의 시설 좋은 실버타운에서 편안한 생활을 했지만, 시인에게 편안한 곳은 고향 앞바다가 보이는 너른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

지난 2009년 완공된 빛여울은 시인이 직접 땅을 찾고 설계했다. 이 보금자리 앞뜰에는 시인과 시인이 평소 존경해오던 서정주, 정지용, 정진규 시인의 시비(詩碑)가 올망졸망 모여 있다. 또 정원에 피는 꽃마다 정1품부터 정8품까지 서열과 이름을 정해 시비를 더 돋보이게 한다.

시인이 국외여행을 다니던 중 일본의 한 공원에 무명시인과 유명시인의 시비가 세워진 것에 감동해 거제지역에도 이 같은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비 정원을 만들었단다.

시인은 빛여울이 거제지역 문학을 발전을 위해 쓰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문학세미나 및 문학 강연을 위해 언제라도 자신의 보금자리를 양보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완 시인은 “시인에게 또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환경과 공간이 있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면서 “앞으로 빛여울이 많은 사람이 찾아 편안함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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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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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재춘 2014-03-11 20:50:18

    남쪽 거제의 바닷가에서 아름다운 노년의 삶을 가꾸고 계시는 김정완여사님의 기사. 감명깊었습니다. 남들은 하던일도 내려놓고 쉬고자 할 나이에 다시 문학공부를 시작하신것도 대단하신데 그동안 시집을 5권이나 내셨다니 얼마나 문학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지요! 사진을 보니 팬션도 멋지고 활짝 핀 홍매화와 뒤로 보이는 푸른 바다가 너무 잘 어울리는 모습이시네요^^ 아름다운 거제도에서 늘 건강하세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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