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가 얼마 전 ‘2013년 주민등록인구통계보고서’를 내놨다. 지난 한 해 동안의 거제시 인구 변동 상황과 연령구조, 세대수 변화 등을 파악한 자료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동(洞) 지역 인구(18만 6562명, 이하 작년 12월 말 기준)가 전체(24만 2077명)의 70%를 훌쩍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열에 일곱 이상은 도심지역에 산다는 얘긴데, 지역 내 인구 쏠림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란 걸 바로 보여주는 ‘팩트(Fact)’다.

면·동별로 나눠보면 고현동이 4만 572명으로 으뜸이었고 옥포2동(2만 9206명), 장평동(2만 755명), 상문동(2만 3615명), 수양동(1만 8025명) 등 양대 조선사를 낀 동 지역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 남부면은 1821명으로 전체 인구의 0.8% 수준에 불과했다. 사실상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지역 안에서의 인구는 신도시 개발과 대단지 아파트 신축 등 사람을 끌어들일 호재가 있는 곳으로 쏠리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실제 작년 한 해 아주동은 전년(1만 3078명)보다 3347명이 늘어 인구증가율이 무려 25.6%에 달했다. 사등면(1만 815명)도 돋보인다. 1년 새 1433명(15.3%↑)이 불어나 연초면(1만 641명)을 단박에 제치고 면 지역 ‘톱’으로 올라섰다. 두 지역 다 새 아파트 입주 덕을 톡톡히 봤다.

반면 옛 도심지 몇 곳은 동 지역이면서도 인구가 빠져나가 ‘덩치’가 줄었다. 옥포2동이 대표적이다. 전체적으로는 거제에서 ‘버금’ 자리 인구지만, 1343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인구 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장평동(970명↓)과 옥포1동(211명↓)을 비롯해 ‘능마장’ 쪽도 전출(轉出)이 적잖았다. 장승포동(143명↓), 마전동(132명↓), 능포동(71명↓) 가릴 것 없이 100명 안팎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이러한 지역 내 불균형은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몇몇 지역으로 인구 쏠림이 가속하는데 도로 등 기반 시설 확충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도심은 기형적으로 뻗어 가기 일쑤다. 주차난, 교통난이 가중되고 사람은 많은 데 쓸 만한 땅이 부족하니 난개발도 부추긴다.

그럼에도 거제시는 뚜렷한 복안이 없는 것 같다. 이렇다 할 인구 분산 시책 등 지역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이 역할을 그저 민간에 맡겨둔 채 업자들이 그린 ‘밑그림(지구단위계획 등)’을 법 잣대에 맞춰 따져본 뒤 수동적으로 인허가하는 수준에 그친다.

지난 2012년 1월 출범한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역시 기대 이하다. 공사는 해양관광시설 조성·관리, 관광 상품 개발 외에도 토지 개발 및 공급, 도심 재건축·재개발 등 각종 도시개발사업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출범 초기인 걸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토목사업은 코빼기조차 안 보인다.

거가대교 개통을 전후로 지역에선 이른바 ‘빨대효과(Straw Effect)’가 화두(話頭)가 됐었다. 빨대효과란 고속도로나 고속철도 개통으로 컵의 음료를 빨대로 빨아들이듯 대도시가 주변 중소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대도시 집중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젠 부산으로의 유출만큼이나 지역 안에서의 면·동 간 쏠림 현상도 우려해야 할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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