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승포동 지심도 선착장 뒤 공중화장실 모습

거제지역 주요 관광지에 있는 공중화장실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리지 않거나, 용변을 처리한 화장지를 변기 주변에 버리는 등 말 그대로 관광도시 거제란 이름이 ‘먹칠’되고 있어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지난 2일 장승포동 주민센터 옆에 있는 지심도 유람선 선착장을 찾았다. 전국을 뒤덮었던 미세먼지가 물러가 간만에 부드러운 봄볕을 누릴 수 있었던 이날 이곳 선착장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덩달아 선착장 뒤편에 있는 공중화장실도 사람들이 줄을 이었는데 하나같이 표정을 찌푸렸다.

남자화장실을 직접 확인해보니 청결상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변기에 대변이 그대로 남아있고, 심지어 변기 주변에까지 묻어있었다. 또 용변을 처리한 휴지가 변기 주변에 가득 쌓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변 상인들에게 확인해보니 여자화장실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청소 용역업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능포동 방파제~동부면 학동까지 97km 권역의 공중화장실 30곳을 비롯해 거제지역 대부분의 주요관광지 공중화장실에서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물에 녹지 않는 쓰레기(속옷 등)를 변기에 버려 막히게 하거나, 공용화장지를 뭉텅이로 훔쳐가 600m짜리 두루마리 화장지를 수시로 교체하러 다녀야 한다. 600m면 4인 가족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인데 업체 관계자는 담당 구역에 하루 평균 10~13개 롤을 교체한다고 한다.

또 청결을 위한답시고 ‘기마자세’로 대변을 봐 주변에 튀기도 하며, 관광객을 비롯해 낚시꾼, 관광버스 기사들이 일반쓰레기를 화장실에 버리는 바람에 휴지통이 차고 넘쳐 화장실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통이 돼버리기 일쑤다. 어떤 곳은 지역 주민들까지 가정쓰레기를 투기한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아침 4시 반에 출근해서 한 화장실에 하루 오전과 오후 두 번 청소를 하고, 그것도 부족해 수시로 둘러보고 있는 형편”이라며 “열 사람이 깨끗이 사용해도 한 사람이 더럽게 사용하면 화장실은 금세 더러워지기 때문에 청소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수시로 시청과 용역업체에 관리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을 넣어 업체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이 때문에 조바심이 나 정신적으로도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관광도시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청소하고 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이 선행되지 않으면 상황이 나아질 수 없다”면서 “특히 관광객이 몰리는 주말에도 청소가 이뤄지도록 인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거제시 관계자는 “행정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기에 6~8월 성수기에는 공공근로와 용역업체의 인력을 보충해 화장실에 상주시킬 계획”이라며 “다만 당장은 인력을 화보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관광객들이 먼저 화장실을 깨끗이 써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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