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평동 디큐브백화점 건너편 소공원. 쓰레기로 엉망이 된 벤치에서 한 아이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도심 소공원이 갈 곳 잃은 이들에게 점령당해 제기능을 잃고 있다. 이들로 인해 주민들이 공원을 이용하기 힘들어지고, 도시미관을 해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 건강한 공원을 주민들에게 돌려줄 혜안이 필요해 보인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오후 3시께 장평동 디큐브 백화점 건너편 소공원에는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따뜻한 날씨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초등학생도 안돼보이는 아이들은 놀이기구에서 술래잡기하며 뛰놀고 있었고,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외국인들도 서너명 보였다.

어느 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여유로운 모습이었지만, 공원 환경은 그러질 못했다.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지천에 뿌려져 있고, 벤치는 컵라면 그릇과 쏟은 면발, 토사물 등으로 더렵혀져 있었다.

▲ 놀이기구에 깨진 병조각이 널려 있다.

아이들은 깨진 술병 조각으로 둘러싸인 놀이기구를 이용해야 했고, 어떤 아이는 이런 환경이 익숙한 듯 오물이 묻은 벤치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물으니 공원을 더럽히는 주범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듯 ‘청소년들’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흡연은 기본이고, 술마시며 소란을 피우는 등 이 지역에선 아주 예전부터 탈선장소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 주민은 말했다.

덧붙여 거제지역에서 유동인구가 많기로 손꼽히는 백화점 앞인데도 이처럼 탈선행위가 버젓이 벌어지는 것은 어른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원을 관리하는 거제시도 같은 생각이다. 시에 따르면 이 아이들은 학교 교사와 부모, 경찰도 겁내지 않는다. 경찰이나 방범대원이 수시로 이곳에 들러 아이들을 타일러도 잠시 자리를 피할 뿐 다시 모인다는 것.

오히려 공원에서 쫒아내면 주변 원룸촌 주차장으로 숨어들어 주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고 한다.
특히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탈선행위가 더욱 심해져 여름엔 감당이 안될 정도라고.

시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만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고 한다. 공원에 설치된 CCTV로 지켜보다 폭력 등 범죄행위가 발생하면 경찰에 연락하는 것이 고작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 요구로 조명을 밝게하고, CCTV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세워봤으나 별로 효과가 없다”며 “매일같이 벌어지는 청소년 흡연·음주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전국 어디서나 고민하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옥포2동에 있는 한 소공원은 할아버지들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할아버지들은 낮시간에 모여 윷놀이나 장기, 카드놀이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데 공원을 거의 점령하다시피해 다른 주민들이 공원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

시에 따르면 이 할아버지들 대부분이 갈 곳이 없어 공원에 모이게 됐다. 가족들 눈치가 보여 할 수없이 집을 나선 할아버지들은 경로당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한다. 경로당 시설을 깨끗이 쓰지않는 등 여러 이유로 할머니들이 할버지들의 경로당 출입을 꺼려해서다.

집에서도, 경로당에서도 사실상 쫒겨난 할아버지들은 이 공원에 모여 가벼운 놀이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서울의 탑골공원에 갈 곳없는 노인들이 몰리듯 같은 현상”이라며 “청소년들은 방과후 놀 수 있는 곳이 없고, 어르신들은 낮에 편히 쉴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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