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관계 어민들 간담회 열었으나 일부 불참
대구 떠날 때 다됐는데 여전히 분위기 냉랭

찬바람 불 때 거제로 돌아와 귀한 대접을 받던 대구(大口)가 이번 겨울엔 찬밥신세로 떠나갈 모양이다.

대구조업 구역을 둘러싼 어민 간 갈등이 사실상 대구축제 취소 원인으로 작용한데다, 고소·고발 등 크고 작은 분쟁으로 조업에도 악영향을 끼쳐 장목면 일대 어촌은 한숨으로 가득하다.

반대로 거제지역 어획량이 줄어들자 고성, 창원 쪽에서 대구조업이 활황을 맞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달 24일 설을 앞두고 장목면에서는 어민들끼리 얽히고설킨 갈등을 풀어보려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른바 ‘대구전쟁’의 당사자들이라 할 수 있는 어업 종류별 어민들과 거제시 어업진흥과 과장을 비롯한 공무원, 신임생·윤부원 시의원, 장목면장, 마을 단체장 등 50명 가까이 참석했다.

그러나 갈등의 중심에 선 자망(걸그물) 어민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이날 역시 반쪽짜리 회의에 그치고 말았다. 앞서 지난해 11월에 열린 해양수산부 동해어업관리단 주최 간담회에서도 자망 어민들이 참석하지 않아 소통이 단절됐었다.

이처럼 자망 어민들의 연이은 불참은 사실상 타협 의지가 전혀 없는 것으로 비치고 있어 관계 당국과 어민들은 벌써 다음 겨울을 걱정하는 눈치다.

공성택 거제호망협의회장은 “이날 참석한 호망과 통발, 주낙 어민들끼리라도 어느 정도 조업구역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면서도 “그러나 자망에선 아예 연락도 되지 않아 다음 겨울까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고 푸념했다.

그는 또 “어민 간 반목으로 면 전체가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정월대보름(14일) 전에 한 번 더 자리를 마련할 텐데 그땐 꼭 관계 어민들이 모두 참석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법대로 할 것인가, 타협할 것인가

‘대구전쟁’은 간단히 말해 구역 다툼이다. 대구잡이철 장목 외포바다에는 통발을 이용한 거제연안통발(약 36명)과 낚시를 이용한 낙지주낙협의회(약 11명), 고정된 구역에 함정어구를 설치하는 거제호망협의회(약 75명), 그리고 배드민턴 네트처럼 길게 그물을 펼치는 거제연안자망자율관리공동체(약 41명) 등 크게 4종류 어업 단체가 구역을 나눠 고기잡이를 벌인다.

특히 가장 큰 분쟁은 겨울철 대구잡이로 큰 소득을 거두고 있는 호망과 자망 두 단체 사이에서 일어난다.
한반도 남해와 동해를 회유하는 대구는 여름에 깊은 바다에 있다가 겨울에 따듯한 진해만 연안으로 찾아와 알을 낳는다.

이런 이동 습성 때문에 어민들은 대구의 이동 경로에 몰리게 되는데, 상대적으로 이동량이 많은 자망 구역으로 호망 어민들이 넘어가 불법으로 어구를 설치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자망 어민들은 관리 당국에 단속을 요청하거나 고소·고발 등 법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호망어민들은 자망을 비롯한 다른 업종 어민들과 접촉해 구역에 대한 타협을 시도하는 중이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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