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면서 한 집안에서는 귀한 손자가 태어났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고, 또 다른 집안에서는 20년 넘게 지극한 효심으로 병수발을 해왔던 사랑하는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생명이 태어나기도 하고, 또한 죽어가기도 한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생사(生死)의 문제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오랜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우리가 존재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문제가 생사의 문제인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삶은 무엇이고 죽음이 무엇인가? 이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을 때, 우리는 웰 빙(well-being)을 할 수 있고 웰 다잉(well-dying)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나’라고 하는 생명체의 태어남은 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반연으로 받은 몸(色)에 탐진치(貪嗔痴)의 감각기관을 갖춘 오온(五蘊)이 나타남을 말한다. 생물학적인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이라는 사대(四大)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지(地)는 흙(土)으로서 신체의 골격을 말하고, 수(水)는 흙을 반죽하여 형태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화(火)는 그 형태를 계속 유지하게 만드는 체온을 말하며, 풍(風)은 그 형태를 움직이게 만드는 호흡을 말하는 것이다. 성경의 창세기 전반부에 보면, ‘흙으로 빚어......, 호흡을 불어 넣었다’하면서 잘 설명이 되어 있다. 사람이 살다가 죽을 때의 모습을 보면, 사대(四大)의 요소가 역순(逆順)으로 흩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맨 먼저 호흡(風)이 끊기면서 움직임을 멈추고, 체온(火)이 식어가면서 싸늘하게 되며, 의식이 소멸되고, 장례(葬禮)를 거치면서 물(水)의 기운이 빠져 나가게 되고, 종래에는 흰 뼈(土)만 남게 되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 몸은 이 세상으로의 여행을 마치고 나면 끝내는 되돌려 주어야만 하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많은 성인(聖人)들도 육신의 죽음을 분명히 보여 주었었고, 우리의 몸을 영혼에 걸 처진 헌옷이나 그림자에 비유하면서 집착하지 않을 것을 가르쳤던 것이다.

오온을 인식하는 정신(精神)은 자신이 살아왔던 업보(業報)에 따라서 윤회(輪廻)를 하게 된다. 우리 삶의 원래 주인공인 영혼은 우주법계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환지본처(還地本處)라 하지 않았던가? 모든 생명은 삼계(三界)와 육도(六度)의 과정을 거쳐 윤회(輪廻)하면서 나고 죽고 하는 것이다. 순환적인 의미로서 윤회의 과정을 사유(四有)로 설명한다. 유(有)는 오온(五蘊)을 말한다. 생유(生有)는 출생할 때의 오온이고, 사유(死有)는 죽을 때의 오온이며, 본유(本有)는 출생 때와 죽을 때를 제외한 삶의 전 과정의 오온이다.

중유(中有)라는 것은 죽고 나서 윤회가 결정되기 전까지의 중음(中陰) 기간의 오온이다. 중음(中陰)의 단계도 따로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 중음신(中陰身)의 기간은 길어야 49일간이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사람이 죽고 나면, 죽은 사람에게 최대한의 위로와 위안을 해줄 수 있는 방법으로 ‘49재’를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음 기간에 윤회가 결정되고, 내생(來生)에 대한 심판을 받는 주체는 영혼(영가)이다. 영가가 살아왔던 삶의 흔적에 따라 과보(윤회)가 결정되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의 삶과 죽음도 윤회의 한 과정일 뿐이다. 생주이멸(生住異滅)을 반복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영원히 살 수 없는 우리의 삶은 항상 죽음을 곁에 두고 있다.

죽음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죽음을 위해서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언젠가 다가올 우리들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항상 죽을 준비가 되어 있으면, 참으로 멋지고 행복할 것 같다.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된다는 것이다. 그저 돈 많이 벌고 출세한다고 해서 잘산다는 뜻은 아니다. 스스로의 삶의 가치를 잘 인식하고, 그 가치를 최대한 높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는 삶이 잘 사는 것이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는 윤회의 사슬을 어떻게 풀 것인가? 또한 어떻게 열반에 이를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심무생사(心無生死)’라 했다. 이는 ‘마음이란 나온 것이 없기 때문에 죽는 것 또한 없다.’는 것이다. 올해의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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