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거제지역 KB국민은행과 NH농협에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밝혀진 뒤 맞이한 첫 평일이었다.

이날 오후 1시께 고현동에 있는 NH농협은행 거제시지부에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입구에서 안내하는 직원에게 재발급 방법을 묻는 고객들도 꽤 있었다.

그러나 농협 관계자 말로는 정보 유출과 관련해 은행을 찾은 고객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재발급하러 온 고객도 있지만, 월요일은 원래 복잡하다”며 “특히 연말 정산시기까지 겹쳤고, 공인인증서 발급을 위해 온 고객이 많다”고 했다.

정보유출과 관련해선 “카드번호, 비밀번호, CVC번호(카드 뒷면의 끝 세자리 번호)는 유출되지 않아 카드 복제 가능성은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그래도 불안한 고객들은 카드를 해지하거나 재발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유출된 정보를 모두 회수했기에 2차 피해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켰다.

카드 가입자수나 정보가 유출된 피해자 수, 재발급 및 해지 건 수 등 피해규모는 지부 단위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상황은 국민은행도 같았다. 2시께 번호표를 뽑았더니 대기자수가 119명이었다. 창구에 비치된 TV모니터에는 정보유출과 관련해 사과문이 나오고 있었다.

국민은행에서 고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안내문에도 “카드 위변조 및 현금 불법인출 가능성이 없다”며 “비밀번호, 결제계좌 등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알리고 있었다.

카드 재발급은 전화상담으로도 가능한데도 이같이 은행에 직접 발걸음한 이유를 한 고객에게 물으니 “전화 연결이 안돼 직접 찾아왔다”고 답답해 했다.

▲ 지난 20일 오후 1시께 NH농협 거제시지부(고현동·왼)와 2시께 국민은행(고현동·오른)

해당 카드 3사가 모두 전화나 홈페이지 접속이 어려운 상황에서 롯데카드 가입자가 상당히 답답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는 대부분 센터가 롯데백화점 안에 있기 때문에 거제에선 문의할 곳이 없다. 그래서 전화상담을 이용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신청해야 하는데 전화는 평균 15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으며, 홈페이지는 22일 현재 원활한 상태지만 처음엔 접속이 매우 힘들었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6시 기준 KB국민·NH농협·롯데카드 등 카드 3사의 해지건수는 77만 4000건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별로 국민카드 35만 7000건, 농협 35만 2000건, 롯데카드는 6만 5000건이다.

카드를 다시 발급받은 건수는 97만 3000건, 내 정보가 유출됐는지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한 건수는 727만 3000건에 달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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