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정법 바른인연(20)

저무는 해를 멀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면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또 한 해를 설계한다. 좋은 삶과 좋은 인연, 그리고 타인을 위한 봉사와 한 겹 더 새로워진 지혜를 위한 발돋움 등 참으로 욕심도 많은 생각들이다.

그렇게 그 모든 것을 생각하고 올해는 꼭 할 것이고, 기필코 해내고 말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정말 올해는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는 일이 없는 한 해가 되기 위해 우리 모두는 좋은 인연을 만드는 해로 만들었으면 한다.

인연(因緣). 우리는 모두 다 인연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내가 이 세상 처음 나와서 제일 가까운 인연은 어머니이다. 그것은 마음의 고향이기에 우리는 급한 일, 무서운 일, 좋은 일을 모두 다 “어머니”하고 소리치는데.. 왜 우리의 어머니가 가슴 외로운 할머니가 되어야 할까? 나와 함께 하는 가장 깊은 어머니로부터 시작하여 한 생을 살아가는 동안 많은 인연들을 우리는 모두 다 소중하다는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외로운 할머니들이 생기는 것이다.바로 이러한 소중한 인연들과의 사이에서 사랑과 미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코 사랑스러움이 네 것이라면 미움도 또한 네 것이다.”라고 하신 부처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사랑스러움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미움에 대한 아픈 마음도 네 것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에 바로 그것이 ‘네 것’인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에서 본다면 내 곁에 있는 모든 것은 모두가 다 내가 짓는 행위에 의하여 선은 선의 인과(因果)를, 악은 악의 인과를 자기가 짓고, 자기가 받는 인연의 끈이라고 한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자업자득(自業自得), 자작자수(自作自受)라 한다. 그러기에 좋은 인연, 나쁜 인연, 이 모두가 다 내 것인 것이다. 맺어진 인연과 또 새로운 인연을 맺어가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부처님은 “길을 가다 옷깃만 잠깐 스쳐도 오백생의 만남이 아니면 이뤄질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이 지구상에 내가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이 가장 많은 거리를 걸어도 내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깨를 부딪쳐야만 걸을 수 있는 이 사람들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거의가 타인의 얼굴들로 미소 한 번 띠지 않고 지나간다.

그러나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함성이다. “어디 가십니까?” 가장 기쁜 얼굴로 우리를 반긴다. 또 자랑스럽게 집에 돌아와 말할 것이다. “오늘 길에서 아무개를 만났다”라고..
인연은 그렇게 소중한 것이다. 그러기에 좋은 인연만 내 것이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모든 인연들을 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지금 승화시키지 못하면 또 다음의 만남도 미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괴로움이다. 인생의 가장 큰 문제는 고(苦)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즉 남을 위함으로서가 아니고, 자기를 위하여 자비로움으로 바뀌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부모와 자식간의 미움이다. 아버지와 아들,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것은 내 마음의 고향이면서도 은혜가 깊은 만큼 미움도 깊은 경우가 있다. 그것은 너무 사랑하는 마음과 내 것이라는 소유욕과 나에게만 이로움을 갖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아집(我執)을 갖고 남을 바라다보는 중생심(衆生心) 때문이다.사랑을 자비로 승화시키며, 모두가 ‘나’라는 마음이면 어떻게 미움이 있겠는가? 미움은 사랑하기 때문에 생긴다. 우리는 아집을 버리고, 마음의 평화를 갖는다면 그는 나를 낳아준 아버지이며, 나의 아들이고, 내 사랑하는 남편을 낳아준 어머니이고,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랑하는 내 자식의 아내이며, 그 분은 내가 아는 이웃이어서 어느 곳에서나 만나면 반길 수 있는 내가 아는 사람이라는 소중한 마음을 간직한다면 결코 우리 주위에 어찌 미움이 있겠는가?

미움 없는 세상,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불국정토(佛國淨土)라 하셨다. 지금 우리의 한 생각, 마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내가 너무 나만을 사랑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무조건 내가 사랑하면 되고, 내가 사랑하는 것이다.

올해, 우리 모두는 자비와 용서로 모든 것을 사랑하자. 모든 것은 나의 마음에 의하여 세상은 달라진다. 아집을 버린 사랑하는 마음이 환희라면, 미움은 슬픔이기 때문에 올 한 해는 오로지 환희만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미움이 가슴 한 켠에 남아 있다면 사랑과 자비로움으로 바꿔보자. 그리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자. 온정과 자비의 손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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