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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시민의 발이 되겠습니다’지역 시내버스 최초 여성 운전사 - 이향순 씨


“(여자가 )겁도 없네~ 이 큰 걸 끌고 다니는데 안 무섭나?”

장평에서 백병원까지 운행하는 세일교통 7753, 7754 순환버스에 오른 어르신들이 심심찮게 버스 기사에게 건네는 인사말이다.

지난해부터 7753, 7754 순환버스를 운전하며 시민의 발이 되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은 지역 시내버스 최초 여성 운전사 이향순 씨(42)다.

남자도 하기 힘든 버스 기사를 업으로 삼은 이 씨는 사실상 거제 최초의 여성 시내버스운전기사다. 또 현재 거제지역에서 유일한 여성 시내버스운전기사이기도 하다.

사람과 부대끼는 직업의 특성상 별별 사람을 다 만나는 직업이 시내버스 운전기사다.

업계에 따르면 거제지역 시내버스 기사는 ‘금녀의 구역’이었단다. 지역적 특성상 남성 중심의 사회인 거제에서 여성 운전기사가 자리매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내버스 운전은 건장한 남자도 힘에 부칠 정도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한 직업이다. 온 종일 승객과 마주하는 것도 힘들지만, 여자 버스 운전사의 경우 여자라 무시하고 툭하면 시비 거는 승객들까지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동안 거제지역 버스업계에도 2명 정도의 여성 버스운전기사 도전자가 있었지만 얼마 못 버티고 나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다보니 버스업계에서도 여성운전사가 지원하면 운전감각이나 체력이 남자 운전사보다 떨어지고 거친 승객도 많아 버텨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여성 운전기사 모집을 꺼리게 됐단다.

하지만 세일교통은 이 씨의 채용이 매우 만족스럽다는 설명이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여성 버스운전기사의 추가 모집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래도 여성에게 시내버스운전사란 직업은 여전히 힘에 부치는 직업이다. 하지만 여성 승객들이 이 씨에게 건네는 응원의 목소리는 여성 버스운전사인 이 씨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자신의 어깨너비보다 큰 운전대를 잡은 이 씨의 모습을 보고 여성 승객들은 ‘멋지다’ ‘대단하다’ ‘엄마처럼 편안하다’ 등 금녀의 구역에 뛰어든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승객들의 응원은 이 씨가 더욱 밝고 씩씩하게 버스운행을 하게 만드는 ‘활력소’인 셈이다.

이 씨는 지난 1996년 중국 길림성에서 경북 영양으로 시집온 결혼이주 여성이다. 보통 이주 여성은 한국사회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고, 사회생활보다는 집안일에 더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똑순이’로 알려진 이 씨는 두 자녀를 키우면서도 자동차 대형면허 이외에 한식조리사, 다문화가정 양육지도사, 독거노인 생활지도사, 한자부 강사, 요양보호사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며 사회에 당당히 나섰다. 지금도 피부관리사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시작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양군에 거주할 당시 1년간 ‘영양 버스’에서 운전기사를 한 경험을 살려 거제지역에서도 시내버스 운전 일을 할 수 있었다.

이 씨는 버스를 운전할 수 있어서, 또 거제에 살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버스 기사 일도 만족하지만, 거제에서의 생활은 일 한다는 생각보다 여행지에 여행 온 기분이 들어서란다.

이 씨는 5일에 한 번쯤 자신이 주로 운행하는 7753, 7754 순환버스가 아닌 ‘학동-해금강-홍포’를 운행하는 버스를 운전하는데, 이 버스에 오르면 거제의 아름다운 자연에 흠뻑 빠져 힘든 줄도 모르고 일을 할 때가 많단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버스 기사 일이지만 거제에서의 버스운전은 이 씨에게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선물해준 셈이다.

이 씨는 “거제는 대도시처럼 복잡하지도 않고 사람들이 인정이 많아 살기 좋은 고장”이라면서 “앞으로 열심히, 친절한 마음으로 승객을 맞는 시민의 발에 되겠다”고 다짐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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