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갑오년(甲午年), 청마(靑馬)의 해가 밝았다. 올해가 ‘靑馬’의 해가 되는 이유는 10간 (十干) 중 갑오년의 갑(甲)이 형상으로는 나무를, 색으로는 푸른색을 의미하고 12지(十二支) 중 오(午)는 일곱 번째로 말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청마는 귀하고 신비로운 영물로 묘사되는데 특히 뿔 달린 말 유니콘은 성서의 ‘레엠’과 동일하며 인간을 위해 구원의 뿔을 들어 올린다고 전해진다.

말의 해가 밝아 온 2014년, ‘거제의 재발견’ 첫 번째 이야기는 말(馬) 이야기다.

보통 말(馬)하면 제주도를 떠올리기 쉽다. ‘사람은 낳아서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만 봐도 우리나라 말의 본산은 제주도였다.

그러나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거제도는 제주도 버금가는 말 생산지였고 말을 방목한 역사는 고려 시대까지 거슬러 8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지역 출신 고전문학연구가 고영화 씨에 따르면 거제도에는 고려 현종(고려사-칠천도 목장) 때부터 목장을 중앙정부에서 설치해 조선 시대까지 운영했다.

조선 초기 거제에는 7목장(산달도, 구천동, 탑포, 구영등, 장목포, 구조라포, 지세포)이 있었고 단종 즉위년 1452년부터 거제부목장 9개소 설치,?4개 포구 영전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1678년 숙종 4년 기록(대동여지도, 신동국여지승람)에는 거제에 목장 9 곳(칠천도, 가조도, 산달도, 구천동, 탑포, 구영등, 장목포, 구조라포, 지세포)이 있었지만, 조선 말기에 거제 7목장으로 통폐합됐다.

세종 때부터 거제 본섬의 목장화가 진행되면서 한때 거제지역에 방목된 말의 수는 2~3000필에 달했으나 임진란 이후 거제지역이 황폐해 지면서 거제지역의 마정(馬政-말의 사육, 개량, 번식, 수출입 따위에 관한 행정)이 쇠퇴하면서 말 목장의 기능도 점차 사라지게 된 것이다.

1425년(세종 7)에 편찬된 경상도지리지(慶尙道地理志)에 따르면 거제현의 목장에 있는 말은 구천동(九川洞) 1115필, 칠천도(漆川島) 176필, 한산도(閑山島) 173필, 용초도(龍草島) 58필, 영등곶(永登串) 67필 등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1839년 편찬된 경상도읍지에 분양말 2필을 매년 7월에 받아서 다음 해 3월에 사복시(司僕寺)에 상송(上送)했다는 기록으로 미뤄 거제도 말은 19세기 말엽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 씨는 “실제 조선 시대 거제지역에는 정기적으로 점마(구점 - 목장에서 기르는 국마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현장 감사, 말의 수량 확인 작업 등)를 했다는 기록이 다수 있는데, 점마를 할 때마다 수백 명의 장정이 차출ㆍ동원돼 거제도민의 고난이 극심했다는 기록으로 미뤄 조선 시대 초 거제지역에 최소 2~3000 필의 말이 방목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시대 수천 필의 말이 거제 곳곳을 누비던 것에 비하면 현재 거제지역의 마필육성사업은 초라하다.

지난 2007년 5월 하청면 석포리에 문을 연 ‘거제승마클럽’이 10여 필의 말을 보유하면서 거제시민과 관광객을 상대로 승마강습과 일일체험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지만, 지난해 9월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거제지역에는 26필의 말이 사육되고 있었으며 동부면 김용규 씨가 가장 많은 말을 보유하고 있다.

김용규 씨가 운영하고 있는 다솔농원(다솔승마클럽-동부면 율포로 665-31)에는 6일 현재 16필의 말이 사육되고 있다.

김 씨가 사육하고 있는 말은 영국의 대표적인 경주마인 서러브레드(Thoroughbred) 종으로 영리하고 빠른 것이 특징이란다. 비록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거제지역에서 기르던 말과는 종이 다르지만, 현재 거제지역을 대표하는 말(馬)로 거제 말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김 씨는 거제지역 마필육성사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농장을 승마클럽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말을 조련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김 씨는 전국생활체육대회에서 다수 입상한 경력으로 농장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승마교육은 물론 분양도 하고 있다.

말과 관련된 거제의 지명

거제지역은 말(馬)과 함께 한 오랜 역사가 있어서인지 말(馬)과 관련된 지명도 꽤 많다.

거제문화원이 발간한 ‘거제지명총람’을 보면 거제지역에는 말과 관련된 지명으로 모두 10곳이 기록돼 있다.

둔덕면에는 고려 의종이 거제도로 유배 오면서 감목관을 두고 호위군의 군마를 방목했다가 계류시켰던 마을이며 1945년 광복 후까지 혼례용 차마로 7두를 길렀다는 마장(馬場)마을과 의종의 고관들이 말에서 내리던 정거장인 하마(下馬)터와 역둔답(驛屯畓) 있고, 우두봉에서 기성에 이르는 양지바른 넓은 초원은 의종이 말을 방목한 우마장이 있었다는 기록이다.

우마장이란 지명은 사등면 두동마을과 연초면 중리마을에도 있는데, 사등면 두동마을 우마장은 서쪽 마을 넘어 가암밭골 남쪽 초지에 소와 말을 먹였다고 전해지지만 연초면 중리마을의 우마장은 소를 놓아 방목했다는 기록만 있다.

사등면 가조도에는 조선 시대 거제지역의 대표 목장이 있었던 만큼 옥녀봉 일대에 사복시의 감목관이 군마를 길렀던 가조도 목장(加助島 牧場)과 실전마을 북서쪽에서 계도마을 방향으로 가는 고개 밑에 가조도 목장을 관리하는 감목관의 마위답(馬位畓)이 있었다는 마답고개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이 밖에 연초면 천곡마을에서 이목마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말에게 물을 먹이던 장소(馬飮室-마음실)라는 지명에서 유래된 마금실 고개, 하청면 덕곡리에 말 모양을 닮은 천마산(天馬山), 동부면 산양마을 동쪽 산에는 말 모양의 말바위 등이 있다.

거제지역에 말과 관련된 인물은 누가 있을까? 2014 갑오년이 ‘靑馬’의 해라는 얕은 지식만으로 인터넷 검색창에 ‘청마’라는 단어로 검색 하면 관련 인물로 유치환 시인이 검색된다.

한국 근대문학사의 거목인 청마 유치환 시인은 둔덕면 방하리 507-5번지에서 1908년 음력 7월 14일 아버지 유준수와 어머니 박우수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생명파의 대표 시인이자 교육자로 활동하며 한국 문학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청마는 1931년 ‘문예월간’에 ‘정적’으로 문단에 올라 이후 40여 년 동안 의욕적인 시작생활을 통해 ‘청마시초’를 비롯한 13권의 시집과 3권의 수필집을 발간했으며 ‘깃발’, ‘행복’, ‘그리움’, ‘바위’ 등의 명작 시는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로 사랑받고 있다.

1957년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한 청마는 경주여중고, 경주고, 경남여고 교장을 거쳐 1967년 부산남여상 교장 재임시절 부산 좌천동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청마는 처음 부산 하단동 승학산 기슭에 안장됐다가 양산시 백운공원 묘지에 이장했고, 1997년 4월 5일 생전 사모비에 소망한 고향 선영 모친 묘소 옆에 잠들어 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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