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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당당히 가는 게 예술인의 태도”● 서예가 해범 진영세


10회째 개인전 준비, 거제에선 독보적 전시 횟수
‘거제문화예술계 평론 시스템 제대로 갖춰야’ 강조

직설도 마다 않는다. 그래서 ‘변방의 야인’일지 모른다. 달리 표현하자면 ‘재야의 고수’로도 통할 듯 하다. 소신과 뚝심이 분명해 보인다. 거제지역 서예가로 활동중인 ‘해범 진영세’의 면모다. 오는 18일부터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10회째 개인전을 연다. 서른 해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해온 그다. 지금은 장목면 송진포에 자리한 ‘거제시 문화예술창작촌’에서 거주하며 한 획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글 서예’ 작품으로 꾸민다고 한다. 그는 적잖은 도서를 애장할 정도로 책을 사랑하고, 차(茶)를 사랑하는 다도인(茶道人)이기도 하다.

“작품 활동을 잇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한 길을 걸으려 애써왔지요. 예술을 하는 작가들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시급한 셈이지요.”

장르를 불문하고 이른바 문화예술을 직업으로 택한 작가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담담한 고백이다. 개인전만 10회째를 열게 된 서예가는 거제에서 그가 유일하다. 1회 전시를 ‘한글 서예’ 작품으로 꾸몄었단다. 2년여에 한 번 꼴로 개인전을 열어왔다. 개인전을 포함한 전시활동은 200여회에 이른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의 면면은, 좋은 시(詩) 한 구절을 표현했거나 명사들의 글귀는 물론 법구경(法句經) 등을 표현한 게 특징이다. 작품 아래로 해설도 따로 표기했다. 전시 책자를 미리 본 몇몇 인사들이 일부 작품을 ‘찜’한 듯 했다. 인터뷰 와중에 “그 작품은 내가 살테니 다른 이에게 넘기면 안된다”는 통화가 엿들렸다. ‘작품에 걸맞은 제 값을 받아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전은 중요한 일입니다. 개인전을 꾸준히 하지 않는다면 작가라 할 수 없지요. 작가로 알려져 있다면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아야죠.”

기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본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적잖아서일까. 각종 서예대회가 너무 많아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해에 무려 900여개의 서예대회가 열린다고 했다. 아무나 작가 하기 참 쉽다는 게다. 그는 특히 ‘평론 시스템’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르별로 전문가의 평론이 있어야 작품의 진위 여부나 작품성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작품이라면, 세상에 내보여야 하고 타인으로부터 비평을 받을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지 않고선 아무 의미가 없지요.”

그는 ‘홀로 당당히 가는 것이 예술인 듯 하다’고 했다. 여러 곡절이 있었기에 하는 얘기일 터다. 한편으론 고독해 보인다. 그래선지 ‘무소의 뿔처럼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작품 중 ‘숫타니파타 말씀’이란 제목의 작품 해설에도 나오는 표현이다.

문화예술창작촌에서 함께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윤일광 작가(전 수월초 교장)는 그를 이렇게 평했다.
‘해범은 단순한 서예가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그의 엿 모습만 보면서 논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왔다. 진실로 그를 이해하려는 지극히 긍정적인 입장에서 그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해범의 서(書)에서 심오한 깊이를 느끼게 됨은, 그는 끊임없이 서체를 연구하는 이론가요, 시를 사랑하는 음유시인이요, 수많은 책을 소장한 애서가요, 차에 깊은 조예를 가진 다도인으로 닦은 수련의 결과다. (그에게서)옳음과 그름에 대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 시대에 몇 안되는 선비의 올곧음과 품격을 읽어내야 한다. 설익은 재주만 믿고 우쭐거리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 해범의 서예는 평생을 천착하여 이룬 결과다. 해범의 예술적 인식을 새롭게 조명해야 할 시점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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