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열 취재부장

거제시가 거의 ‘애물(몹시 애를 태우거나 성가시게 구는 물건이나 사람)’ 취급을 받는 해금강 휴양시설지구를 다음 달 팔아치울 참이다. 이번이 딱 열 번째 입찰이자 햇수로도 근 십 년이 다 됐으니 그야말로 ‘십벌지목(十伐之木)’인 격이다. 십벌지목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우리 속담과 풀이가 통하는 사자성어다.

속내는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여러 번 계속해 끊임없이 노력하면 기어이 이뤄내고야 만다’는 뜻이다. 지금껏 아홉 번 내리 ‘실패’했으니 이젠 ‘성공’할 때도 된 것 같다. 매각 가능성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땅 살 사람’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셨던 예전과는 달리 해금강 휴양시설지구의 ‘개발가치’를 끌어올려서다.

거제 해금강(海金剛)은 ‘명승 제2호’에 걸맞은 까다로운 대접을 받는 곳이라 그동안 주변이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걸림돌이 많았었다. 그 때문에 휴양시설지구의 건폐율도 20%에 그치는 등 사실상 사업성을 따질만한 처지가 못 됐다. 땅을 사 개발하려는 수요자가 볼 땐 ‘입맛’은 당기지만, ‘지갑’을 열기엔 아까운 수준이었던 것이다.

이런 탓에 지난해 9월까지 진행된 아홉 차례의 입찰에서 ‘입질(응찰)’이 온 건 딱 한 번뿐이고, 그마저도 낙찰받은 업체 쪽이 스스로 계약을 포기하면서 매각이 불발됐었다. 나머지 여덟 번은 아예 나서는 이가 없어 그대로 유찰된 사례다.

이번엔 형편이 좀 달라졌다. 땅의 용도지역이 ‘계획관리지역’으로 풀리면서 건폐율(40%)과 용적률(100%)이 올랐다. 여기다 지구단위계획을 세워 승인을 얻으면 건폐율과 용적률이 더 뛴다. 땅값(매각예정가격 161억여 원)을 치르고 가욋돈을 좀 보태면 효용가치(效用價値)가 제법 늘어나도록 다듬은 셈이다.

전과 비교해 사정이 꽤 나아졌지만, 유찰 우려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스물두 필지를 한꺼번에 묶어 파는 일괄매각이 부담되거나 경제 상황이 썩 좋지 못해 이른바 ‘큰손’들이 투자를 주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임 시장 때부터 줄곧 골칫거리였던 해금강 휴양시설지구가 이참에 ‘악성 미분양’ 꼬리표를 떼고 ‘진짜 주인’을 찾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이번에도 ‘역시나’하고 실망을 줄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 달 16일 개찰 결과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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