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론
둔감력(鈍感力)을 기르자김선일 /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

둔감력은 일본 소설가 와타나베 준이치의 저서 ‘둔감력(鈍感力)’ 때문에 유행이 된 말인데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고 느긋하게 살아야만 오히려 치열한 사회에서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저자가 소설가로서 사람들의 삶을 예리하게 꿰뚫어 보고 그 통찰을 자기 나름대로 평이한 단어로 옮긴 것이다.

내 주변에 정말 직장에 성실하고 빈틈없고 모든 면에서 희생적인 사람이 한 명 있다. 입사 이래 그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몇 해 전에 승진도 했다. 그런데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성격이 너무 완벽하고 민감(敏感)하다.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하던 일이 남아 있으면 집에서 쉬지도 못하고 사무실에서 밤을 새운다던지 새벽같이 출근해서 마무리를 하고 만다.

성격이 예민해서인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가 많았고 습관적으로 틈만 나면 담배를 피우고 업무수행과정에서나 직원들 간의 사소한 대화에서도 마음의 상처를 수시로 받는 것 같았다. 얼마 전 그 직원이 뇌경색증으로 갑자기 쓰러졌다. 오랜 투병생활 끝에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예전처럼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몸 어디 하나 성한 데가 없어 장기적 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또 다른 한 명의 직원은 성격이 굉장히 느긋하다. 그런데 업무수행만큼은 빈틈이 없다. 가끔 부하 직원들이 불만을 늘어놓아도 웃으면서 조용히 듣기만 한다. 그러다 보니 큰 소리는 나지 않는다. 때론 그 직원을 내가 무섭게 나무라기도 하지만 "예, 알겠습니다." 하고는 별다른 표정 없이 자기자리로 돌아가서 업무에 열중한다. 그러다 보니 무슨 일이든 시키는 게 편하다. 조금은 느려 보여도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웬만한 일은 다 맡길 정도로 믿음이 간다. 성격이 다소 낙천적인데다가 항상 긍정적이다 보니 육체적으로도 건강하다.

사회나 직장생활에서 성격이 굉장히 민감한 사람들은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고 행동도 신경이 쓰인다. 당연히 만남도 신중해지고 일상적인 대화도 어렵다. 반면, 성격이 편안한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하고 들어줄 것 같고 약간의 실수도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부담이 없다보니 자연 자주 만나게 된다.

내가 처음 둔감력(鈍感力)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을 때 굉장한 호기심과 함께 둔감력의 정체에 대하여 무척 알고 싶었다. 와타나베 준이치는 저서 ‘鈍感力’에서 본인이 직접 겪은 실화를 소개한다. 대학병원에서 늘 야단맞는 의사가 있었다. 그 때마다 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예, 예"하면서 자연스럽게 넘겼다. 꺼벙이 스타일인 그 의사는 윗사람들에게 야단맞기 좋은 타입이었다.

다른 이들은 자주 야단치는 교수를 피했지만 그는 무슨 말을 들어도 머리를 조아리며 "예, 예"라고 대답했다. 덕분에 그는 수술 실력이 빼어난 교수의 조교로 일하면서 당시 최고의 의술을 통째로 얻었다. 이 실존 인물은 후일 최고의 명의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거인은 둔감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반드시 공통점이 있는데 그가 갖고 있는 재능의 바탕에는 좋은 의미의 둔감력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나 세상에 대해 어김없이 발휘되는 둔감함은 대체로 자신의 본래 재능을 더 크게 키우고 자신의 능력과 힘을 널리 퍼뜨리는 최대의 원동력이라 말한다. 그렇다고 매사에 둔감하게 살라는 게 아니고 둔감해지는 게 자신의 재능이 묻히지 않고 드러내게 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되면서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사람들도 모든 면에서 지나치게 민감(敏感)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처럼 아우성이다. 빠르게 가는 삶보다는 느리게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둔감함이 없이 너무 과민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손해 보는 일이 많다.

현명하게 둔감(鈍感)해지는 힘을 기르자. 그러기 위해서는 온갖 힘든 환경에 뛰어들어 강해지는 훈련을 해보면서 어떤 일에도 지나친 예민성은 스스로 경계하자. 질책을 당해도 실패해도 굴하지 않는 평상심(平常心)을 유지하도록 노력해보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골머리를 썩이기보단 그저 놓아버릴 줄 아는 여유로움을 가지자. 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도 우리 모두 때론 둔감(鈍感)해져 보자.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거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정기 후원은 새거제신문의 신속 정확한 뉴스 및 정보 제공에 큰 힘이 됩니다!

후원하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