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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닿는데까지 잘 모셔야지요”● 102세 시어머니 모시는 원신수 할머니

제17회 노인의 날 기념식서 ‘효자효부상’ 수상
“동고동락 53년, 여생도 시어머니와 함께할 것”

두 여인이 함께 살아온 세월은 반세기를 훌쩍 넘는다. 고부 지간이다. 스물세 살 꽃다운 나이에 시집을 왔었다는 원신수(76·거제면 옥산마을) 씨. 원씨가 시어머니와 함께 한지 53년째다. 시어머니는 ‘장수 어르신’이다. 올해 102세를 맞는다. 젊은 시절을 지나 원씨도 초로(初老)를 지난 할머니가 됐다. 대하기 어렵기만 한 시어머니였을 수 있고, 이제는 평생을 함께 한 친구일 수도 있을 터다. 원씨는 지난 21일 열린 올해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효자효부상’을 받았다.

“사등면 성내가 고향이지요. 스물세 살에 거제면 옥산마을로 시집을 왔어요. 그렇게 53년이 지나버렸네요. 시집살이가 보통 고된 게 아니었어요.”

우리네 어머니들 가운데 ‘고된 시집살이’를 겪지 않았던 분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 시절은 그랬으리라. 원신수 할머니에게도 인내의 세월이었던 것 같다. 자녀들(3남2녀)을 키우고 일상을 가꾸며 살아왔다. 남편은 16년 전, 사별했다. 자녀들도 하나 둘 출가했고 시골집에는 원 할머니와 시어머니가 남아 세월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을 때는, 원 할머니의 시어머니는 달콤한 낮잠에 빠져 있었다. 차마 깨울 수 없어 원 할머니의 모습만 사진에 담았다. 시어머니 건강은 어떠시냐 물었다.

“시어머니는 참 건강이 좋으세요. 타고나신 체질인 듯 하네요. 잘 드시기도 하고.. 제가 아파서 탈이지요 뭐..”

100세를 넘겼는데도 그리 큰 건강문제는 없다고 했다. 몇년 전에 한 번 크게 아픈 뒤로는 달리 병환은 없단다. 며느리인 원 할머니가 이곳저곳이 아프단다. 원 할머니 역시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이기에 그럴 것이다. 최근에는 거제면사무소에서 시어머니를 찾아와 거제면에서 최고 ‘장수어르신’이라며 축하행사도 열어줬다고 했다.

“제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우리 자식들이 할머니(시어머니)한테 참 잘합니다. 그렇게 효자효녀들이 없어요. 할머니가 아픈 기색이라도 있다하면 달려와서 살펴주곤 하지요.”

원 할머니는 ‘효자효부상’의 공로를 자녀들에게 돌렸다. 착한 아들과 딸, 며느리의 공이 크다고 했다. 아무래도 시어머니가 복이 많은 것 같다고 웃는다. 요즘은 모 노인복지센터에서 종종 찾아와 시어머니 목욕을 돕고 청소도 해줘서 한결 낫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힘들기도 했고 좋은 때도 있고 그렇지요. 그래도 이제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외롭지 않아 좋아요.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고 있으니까요. 시어머니께서 주무실 때 형광등을 켜놓길 원하시니 종종 다툴 때도 있어요(웃음).”

교회를 다니면서 마음의 평안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평생을 ‘동고동락’했으니 그 세월에 켜켜이 쌓인 둘 사이의 감정은 이제 무엇일까. 힘 닿는데까지 시어머니를 잘 모실 것이라는 원 할머니. 그리고 따뜻한 햇볕이 기분 좋게 내려 쬐는 거실 한 켠에서 단잠을 주무시는 시어머니. 기자의 눈에는 고부지간이 아니라 미운 정, 고운 정이 깊게 들어버린 ‘친구’로 보였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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