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아침 옥산골프장(거제뷰CC) 입구에는 인근 마을 주민 130여 명이 몰려와 골프장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요구하는 집단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 모습과 대조적으로 같은 시각 골프장에서는 시범라운딩이 펼쳐지고 있어 고급 승용차들이 주민들을 지나쳐 줄지어 입장하는 광경도 벌어졌다. 골프장에 알아보니 하루 28개 팀 씩 이미 사전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마치 한 집에선 초상을 치르는데 바로 이웃집서 생일파티를 여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팥골재를 넘다드는 차량들에 갇혀 외로이 피켓을 흔드는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다. 그런 와중에 한 트럭 운전자가 주민들에게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쳤고, 많은 주민들이 웃음으로 답했다. 작은 응원이었지만 금새 분위기가 되살아났다. 이것이 이웃의 정, 힘이 아닐까.

기자로 일하면서 집회를 지켜볼 때마다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 좁은 거제에서 일어나는 갈등마저 ‘남의 일’로 치부되는 까닭이다. 속사정엔 관심도 없으면서 시위·집회·농성을 ‘*님비(NIMBY)’현상 또는 금전 보상을 바라는 이익집단으로 판단하는 일도 적지 않다. (‘내 뒷마당엔 안돼’를 뜻하는 Not In My BackYard의 줄임말. 자신이 속한 지역의불이익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현상)

장목면에 골프장이 생길 때도 기업과 주민이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선례가 있음에도 옥산골프장으로 인해 똑같은 문제가 재발한 것은 다음에 또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때 많은 시민이 사안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업의 개발행위에 관심을 갖고, 행정의 판단에 주목했더라면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끈끈한 정이 지역 정서로 뿌리내려야 ‘내’가 어려울 때 주위에 도움을 바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밀양 송전탑 사태가 전국 이슈로 불거지면서 독일의 *마틴 니묄러(1892~1984) 목사가 쓴 것으로 추측되는 시가 재조명받고 있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다.(중략)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니묄러는 나치의 종교정책에 저항한 인물로 위 시는 나치가 특정 집단을 제거하며 권력을 키울 때 이를 방관하고 침묵했던 독일인들을 비판하고 있다.

나치의 탄압과 밀양 송전탑 사태, 골프장 문제가 ‘남의 일’이 됐을 때 ‘나’ 역시 그들에겐 ‘남’일 수 밖에 없는 인과율을 잊지 말아야 겠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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