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개어장놀이·거제농악 등 민속놀이 재현 ‘산파’
“후진 양성과 거제시 장기적 문화 정책 시급”강조

거제 고유의 가락을 발굴하고 재현해 낸 세월이 올해로 27년째를 맞는 김귀복(50) 전 한국국악협회 거제지부장. 그 공로와 성과를 인정 받아 올해 ‘제20회 거제예술제’에서 ‘거제예술상’을 수상했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존하는 문화라면 있는 그대로 즐기면 그만이지만, 기록 조차 찾기 힘든 희미한 구전 문화라면 원형 그대로 복원해내는 게 그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작업일까. 김귀복씨는 그런 일을 자처해 거제만의 전통민속놀이들을 하나 둘 재현해냈고, 소중하고도 분명한 거제 역사로 정립시켰다.

“거제 고유의 색채를 가미한 ‘전래민요놀이’를 10년간의 고증과 복원을 거쳐 재현해 냈습니다. 거제 백중굿 예술축제도 올해까지 2회째 행사를 마무리했지요.”

대우조선해양에 지난 83년 입사한 이후, 사내 문선대 활동과 꽹과리에 흥미를 느끼면서 거제 고유의 가락을 찾기로 작심했다. 1987년 풍물놀이를 시작한 것. 2년 후 풍물놀이 ‘가락’을 태동시켰다. 91년 옥포극장에서 창단 공연을 하며 서막을 올렸다. 그렇게 거제만의 가락 찾기에 나섰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풍찬노숙(風餐露宿)’의 길이 적확하리라.

“거제 전역 곳곳을 찾아다녔지요. 소리를 하고 장단을 하신다는 분들을 수소문하며 발품을 팔았습니다. 귀중한 자료들을 구전으로 듣게 되었지요.”
거제 가락을 집대성하는 작업이었다. 대충 허술하게 할 수는 없었다. 한 번 재현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구전자에게 다시 자문을 구하며 보완을 거듭했단다. 우리의 정확한 소리와 장단을 재현하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풍어제, 별신굿, 각종 어장놀이, 마을마다 있는 농악패, 당산제 등 상당한 보고(寶庫)들이 곳곳에 있었단다. 하나 둘 성과들이 나타났다. 거제 대표 민속놀이로 꼽히는 ‘팔랑개어장놀이 공연’과 ‘살방깨발소리(굴까러가세) 공연’도 그와 멤버들의 역작인 셈이었다. 거제 곳곳에서 정월 대보름을 맞아 치러지는 ‘달집 태우기’와 ‘쥐불놀이’등도 이들의 주도로 옥포매립지에서 첫 선을 보인 게 거제전역에 정착된 계기였다.

“현재 전통민속놀이를 선보이고 있는 8개 단체가 거제전통민속예술단체협의회로 구성돼 활동중입니다. 280여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그에게도 고민은 없지 않다. 세대별로 고른 후진 양성이 그것이다. 최근 열린 풍물놀이 경연대회에 학생들이 다수 참여했지만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가게 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연을 치를 때의 노고도 적잖다. 적정한 인원이 동원돼야 하는데 적잖은 분들의 도움으로 치러낼 때가 가장 고맙단다.특히 거제만의 다양한 민속놀이가 재현돼 정착됐지만, 경남도 지정 무형문화재가 없어 아쉽다고 했다. 그래서 살방깨발소리 등을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정립시키기 위해 준비중이다. 행정적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문화예술과 관련한 정책은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죠. 그래야만 공백 없이 차근차근 쌓아나갈 수 있지 않겠어요? 거제시 문화정책이 아직까지는 그런 수준이 못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재현할 꺼리들이 지금도 곳곳에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거제 고유의 좋은 흔적을 남길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아니, 거제가 그에게 감사할 일이다.

약력
· 전북 무주 무풍 출생
· 전주직업훈련5기졸업
· 83년 대우조선해양 입사
· 91년 풍물놀이가락 창단
· 풍물놀이 ‘가락’회장 역임
· 거제농악재현 및 회장 역임
· 거제시 팔랑개어장놀이 재현 및 현 총괄이사
· 장승포시장상 수상
· 거제시 향토사 연구위원
· 풍물놀이가락 대표
· 거제시 전래민요놀이(세시놀이) 재현 자문
· (사)한국국악협회 거제지부 2대 지부장 역임, 현 고문
· 거제시 전통민속예술단체협의회 자문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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