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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있는 아침, 우리가 열어요”탐방-제산초등학교 학생오케스트라

교육부 지정 지역 최초 초등 오케스트라
9월 데뷔무대 치른 뒤 왕성한 활동 예고

수양동 제산초등학교의 아침은 왁자지껄하다. 아이들은 교실로 가기 전 운동장 한쪽에 가방을 내려놓고 삼삼오오 모여 운동장을 걸어 돈다. 눈부신 아침 햇살에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터덜터덜 걷기도 하고, 친구를 쫓아 뛰어다니기도 하고, 출근하는 선생님을 배꼽인사로 맞이하기도 한다. 운동장 가운데선 지도교사의 지시에 따라 축구 연습이 한창이다.

음악으로 하루를 여는 아이들도 있다. 지난 16일 아침, 학교 4층에 있는 음악실에선 발 디딜 틈 없이 실내를 꽉 메운 ‘초딩 악사(樂士)’들이 김은표 지도교사의 지휘 아래 안토닌 드보르자크(Antonin Dvorak 체코 1841년~1904년)의 ‘신세계 교향곡 4악장’을 한창 연습하고 있었다.

연습을 시작할 때는 자세가 흐트러져 바이올린 줄 하나 당겨보지 못하고 악기를 내려놓기 일쑤더니 끝에 가서는 한 곡을 완주해 냈다. 실력이 성인 못지않은 고학년에서부터 고사리손으로 바이올린 활을 놀려내는 저학년 아이들까지 표정에 진지함이 한껏 묻어났다.

이를 지켜보던 교사들과 이종향 교장도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며 연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말과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아침 이 같은 광경이 벌어지는데도 아이들과 교사들은 관심이 식기는커녕 기대가 더 높아만 지고 있다.

이 아이들은 교육부가 지정한 거제 유일의 초등학교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이다. 학생오케스트라 사업은 2011년 교육부 학교예술교육사업의 하나로 시작됐으며, 전국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2011년 65개교, 2012년 상반기에 85개교, 하반기에 150개교, 올해 100개교를 선정해 총 400개교에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학교 내 음악 인프라와 교육적 마인드에 기반을 두고 학생들의 창의인성 함양과 특기적성 계발의 고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공교육내 예술교육의 내실화를 도모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엔 이화여대가 사업을 이끌었고, 올해는 서울대 학생오케스트라 사업단이 주관하고 있다.

제산초등학교는 지난해 6월 교육부(옛 교육과학기술부)에 오케스트라 운영 사업보고서를 제출해 7월에 관·현·타악기를 모두 다루는 표준 오케스트라 운영 학교로 지정됐다. 경남지역 초등학교에선 제산초를 포함해 15개 학교가, 거제에선 거제고등학교와 수월중학교가 더불어 운영하고 있다.

이종향 제산초 교장
이종향 교장(사진)은 “문화적 혜택이 비교적 부족한 지역 가운데서도 앞으로 자체 운영이 가능한 여건을 갖춰야 하기에 그 기준에 들어맞는 제산초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는 창단해와 이듬해까지만 교육부와 경남도 교육청이 금전 지원하고, 그 뒤로는 순전히 학교 몫이기에 섣불리 참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지정된다 하더라도 운영재정에 큰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 교장은 “운영에 큰 부담이 있지만, 음악이 아이들 정서순환에 참 좋은 점, 그리고 틀림없이 10년, 20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에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제산초 측은 오케스트라를 통해 문화적으로 취약한 학생들에게 즐거운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고, 건전한 취미를 갖게 함으로써 바람직한 학교문화를 만들고 학력 향상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또 공동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창의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다양한 발표기회를 갖게 해 자긍심과 애교심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산초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창단하고 나서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학교 행사에서 틈틈이 실력을 엿보이다 지난 9월 진주시에서 열린 청소년관현악축제에 참여해 많은 관중 앞에서 공식적인 첫 데뷔 무대를 치렀다.(사진)

이 무대를 신호탄으로 올해 말까지 지역 행사에서 실력을 뽐낼 계획이며, 12월 6일엔 창단 1년 만에 창단 기념연주회를 열 예정이다.

오케스트라를 담당하고 있는 김효정 교사는 오케스트라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사는 “제일 좋은 건 거제가 문화를 누리기 어려운 지역임에 불구하고 제산초 학생들은 클래식 음악을 거리낌 없이, 편하게 느끼고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에 따르면 처음엔 학부모 반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공부를 우선하다 보니 영어, 태권도 등 학원 보내기 바쁜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먼저 즐기고, 또 그 실력을 재롱 삼아 뽐내니 이제는 생각이 크게 달라져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입단 문의에서 시작해 진로까지 고민하기도 하며, 다른 학교 학부모들의 전학 문의도 더러 있다는 것.

그 덕분에 악기를 개인구매하는 아이들도 늘고 있어 학교에서 마련한 악기들은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방과후수업 등에서 더 많은 아이에게 사용할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이 교장은 “내년에 좀 더 깊이 있는 연주단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상급 학교 오케스트라와 연계해 합동연주를 추진할 계획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로부터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운영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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