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중에는 손자·손주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휴대폰에 애들 사진도 담아 가지고 손자· 손주 자랑을 한다. 애들이 보고 싶어 이핑계 저핑계 대고 자식들 집을 찾는다고는 하는데 사위나 며느리는 귀찮겠지만 말이다.

할아버지·할머니의 손자·손주 사랑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정년 퇴직 등으로 할 일없는 중늙은이가 새로운 놀거리(?) 대상을 찾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제 막 움직이고 말할 줄 아는 재롱둥이가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조상의 환생설이다. 일반적으로 아버지들은 자식들에게 깊은 애정을 쏟지는 못한다. 그날그날 생활하기에 바쁘다 보니 그런지 예뻐하기는 하지만 무덤덤한 것이 일반적이다.그런 아버지들이 할아버지가 되면 달라진다는 것은 마치 자신이 다시 태어난 것처럼 손자·손주의 모습에서 조상의 환생을 본다는 주장도 편다.

할아버지의 손자·손주 사랑을 인간의 본능에서 찾는 설도 있지만 인간은 욕심이 많은 존재다. 권력욕도 있고 명예욕도 있고 출세욕도 있다. 그러나 욕심은 부차적인 것이며 본능을 앞설 수는 없다. 인간의 본능 중에서 자신의 씨앗을 잇고자 하는 종족보존 본능이 대표적이며 할아버지의 손자·손주 사랑은 종족 보존본능의 발로라는 이야기다.

연어의 회귀본능은 생물들의 종족보존 본능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느낄 수 있게 한다. 자신들이 태어났던 곳을 찾아 산란하고 방정함으로써 암컷이나 수컷 모두 자신의 목숨을 버려야 하는 현실은 아름다움의 극치일 수밖에 없다.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처럼….

어찌됐건 인간의 내리사랑은 오늘의 인류문명을 만들었고 그 중심에 가족제도가 있다. 옛날에는 할아버지·아버지·손자가 한데 모여 사는 대가족이 주류였으나 지금은 할아버지가 가족제도에서 사라진 핵가족이 대세다.

얼마 전 교육방송에서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의 다윈 특강인데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출신 미국의 한 대학교수가 연구해보니 지구상의 동물 중에서 사람과 일부의 원숭이와 고래에서만 할머니란 존재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새끼를 낳고 키우면서 보내는데 사람, 특히 여성은 태초부터 일정한 나이가 되면 생산능력을 중단하고 다른 사람, 아들이나 딸들의 자녀들을 돌보면서 여생을 보내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할머니들의 내리사랑이 동물들과는 다른 오늘의 인류문명을 이끌었다는 주장이다. 할머니들이 자식들의 자녀를 돌보고 자식들은 할머니들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해내는 과정을 통해서 말이다.

우리나라에 생활하고 있는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은 주기적으로 자기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비자 발급을 다시 받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은 명절을 즈음해서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명절을 전후해서 자기 가족들이 살고 있는 본국으로 건너가 그들의 설인 춘절을 보내고 돌아오는 데 약 두세달 정도 잡고 있단다.

중국 내부에서는 춘절을 즈음해서 약 한달동안 휴가가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심신산골에까지 다녀오려면 그렇게 걸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귀향이후 공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근로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난 60-70년대 설 풍속과 닮은 점이 없지 않은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뜻이며 가정은 공동생활이 이루어지는 최소 단위이자 사회생활의 출발점이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몸을 닦고 집을 안정시킨 후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정한다는 뜻인데 사서삼경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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