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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8대 7회 환승…177.6km 9시간 내 일주르포-사람 사는 모습 따라 마을 풍경·향기 달라

글 싣는 순서
① ‘서민의 발’ 시내버스 어디쯤 가고 있나
② 시내버스 타고 거제 한 바퀴 돌아보니
③ 대중교통 활성화 해법은 없나

기자가 직접 돌아본 거제도 한 바퀴 노선도
시내버스만 타고 해안선 따라 거제도 한 바퀴. 버스 8대를 7번 갈아탔으며, 노선의 총 길이는 177.6km(*포털사이트 ‘다음’ 지도 대중교통 서비스 이용 산출), 걸린 시간은 8시간 56분이었다. 이 가운데 4시간 1분은 환승지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칠천도와 가덕도 등 부속섬은 코스에서 제외했다.
버스요금은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일반요금 1200원에서 100원 할인되는데다 무료 환승도 되므로 4400원, 현금은 예외없이 9600원이 쓰인다. 교통카드값 5000원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고현버스터미널 출발

지난 23일 오전 8시 15분, 지역 언론 최초로 시도하는 ‘시내버스 거제 일주’의 첫번째 버스가 고현버스터미널을 떠났다.
42-2번 버스는 승객 10여명을 태우고 종점인 둔덕면 옥동마을을 향해 국도 14호선을 내달렸다. 버스는 14번 국도를 벗어나 성포마을로 접어들었는데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이곳 해안은 노을이 아름다운 가조도를 앞바다에 두고 있으나, 대형 레미콘 공장, 조선기자재 공장 등이 조성돼 관광지라기보단 척박한 공업단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꽤 많은 고급모텔이 몰려 있어 낯선 어색함과 괜한 설렘을 안겨줬다.

버스가 ‘대교’ 정류장에 도착하자 승객 대부분이 내렸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무거운 짐이라도 벗은 듯 경쾌하게 ‘거제남서로(지방도 1018호선)’를 내달렸다. 누렇게 익은 황금 들녘엔 가을걷이가 한창이었다.

둔덕면 황금들판

71-1번 버스

거제 일주의 첫 번째 기착지는 둔덕농협이다. 다음 기착지 ‘동부농협’으로 가는 71-1번 버스는 대교에서 출발해 둔덕면, 거제면, 동부면을 거쳐 고현버스터미널로 간다.

버스는 하둔사거리에서 거제면 방향으로 우회전해 얼마 지나지 않아 거제남서로를 벗어나 ‘법동어구로(시도 16호선)’로 진입했다. 어구리 해안을 두르며 어구, 아지랑, 법동 마을 승객들을 태우고 다시 남서로에 합류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더니 어느새 버스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만원을 이뤘고, ‘거제면사무소’에 도착하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어르신들이 비운 자리는 더 젊은, 검은 머리 세대가 채우기 시작했다. 고현 시내로 나가는 듯 보였다.

거제면사무소 정류장

54번 버스

두 번째 기착지인 동부농협에 도착했다.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 48분을 기다려야 했다. 마침 정류장 옆에 ‘다방’이 있어 무료함을 달래려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여(女) 주인장 말이 이 다방이 작고 어두컴컴해도 40년 역사를 품고 있단다. 한쪽 벽면에 창문 크기의 구멍을 뚫고 설치된 ‘골드스타’ 에어컨도 아직 쌩쌩하다고. 덕분에 1시간 가까운 기다림이 별로 지루하지 않았다. 54번 버스를 타고 다음 기착지인 ‘저구마을’로 향했다.

동부면의 한 다방

400번 버스

저구마을은 일주 코스의 최남단이며 여기서 학동까지는 남부 순환버스를 이용한다. 순환버스는 관광객 편의를 위해 지난 3월 도입됐는데 정작 마을 주민들은 거제면을 가든, 고현을 가든 환승을 해야 해 불편을 빚고 있는 현실이다.

순환버스를 타면 거제8경 가운데 여차와 해금강, 바람의 언덕, 신선대를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저구마을 정류장
바람의 언덕

64번 버스

학동에는 12시 20분에 도착했다. 다음 기착지 능포동으로 가는 64번 버스는 55분에 출발하기에 점심을 여유롭게 즐기기 어려웠다.

64번 버스는 반짝이는 학동 몽돌해변을 뒤로하며 망치, 구조라, 와현, 지세포 등 여름철 대표관광지를 거쳤다. 버스는 거제문화예술회관이 있는 장승포를 넘어 능포종점에 도착했다.

학동해변

32번 버스

능포종점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노선이 꽤 많으므로 반드시 32번을 확인하고 타야 한다.

32번 버스는 마전동으로 되돌아가 옥포방향 승객을 태우고 장승포로 돌아 나왔다. 이제부터는 인구 밀집 지역이라 타고 내리는 승객들이 늘어나고, 창밖 경치보다 사람구경에 눈길이 끌린다.

대중교통 이용률이 낮다고 알려진 거제에서 옥포는 고현과 더불어 시내버스 이용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이달 초 만났던 지역 시내버스업체 관계자는 만약 고현~옥포 노선까지 이용률이 낮아지면 업체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었다.

승객을 가득 싣고 옥포 시내를 누볐던 32번 버스는 덕포를 지나 외포로 넘어가면서 다시 가벼워졌다.

옥포시장 앞

31번 버스

장목면사무소에 내려 32번 버스를 보내고 장목농협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장목수산센터를 구경했다. 장목수산센터는 지난해 4월 거제 최초의 수산센터라는 기대와 환영 속에 문을 열었지만, 현재 거의 모든 점포가 비어있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영업 중인 점포에 물어보려 했으나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장목농협에서 31번 버스를 타고 농소, 상유, 구영, 황포를 한 바퀴 두르고 다시 장목을 지나 하청으로 향했다. 저녁노을이 버스 안을 붉게 물들였다.

하청에서는 하교하는 경남산업고 학생들이 물밀 듯 몰려들었다. 하청삼거리에 내려 오비 방향 버스를 타야 하는데 빈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 한 코스 더 가 ‘덕치고개’에서 내렸다.

장목수산센터


37번 버스

덕치고개에선 하청 서리마을과 신동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버스인 37번 버스를 타고 다시 하청삼거리를 지났다. 그 사이 학생들은 어디로 갔는지 한산했고, 유계, 석포, 한내를 지나면서 그나마 있던 승객들도 대부분 내렸다. 한내 공단에 우뚝 솟은 거대한 크레인 사이로 해가 지고 있었다. 마치 크레인이 석양을 옮기는 듯했다.

한내공업단지

고현버스터미널 도착

고현은 퇴근차량으로 북적였으나 37번 버스는 무리 없이 제시간에 정확히 도착했다. 저녁 6시 11분. 시간표와 정확히 일치했다.

시내버스로 거제도 한 바퀴를 돌았다. 여행으로서의 재미는 덜했으나 거제에 살면서 한 번쯤은 기획하고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버스를 타는 내내 맨 뒷좌석 오른편에 앉아 해안선을 관찰했다. 거제의 서북 해안은 조선공업단지가 발달해 있고, 서남은 농촌과 잘 어우러져 있다. 8경이 몰려 있는 남동 해안은 천혜 비경을 간직하고 있었고, 동북은 조용한 가운데서도 개발이 한창이었다.

좁은 섬이지만 사람 사는 모습도 달랐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과 어업이 발달의 지역의 향기가 달랐고, 같은 어업이라도 양식이 발달한 어촌과 고기잡이가 발달한 어촌의 풍경이 달랐다.

그러나 가을 하늘 아래 거제의 모든 논은 풍요로운 황금 물결을 이뤘고, 모든 바다는 눈이 시리도록 파랬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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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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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시민 2013-10-16 09:08:34

    거제시 지역신문이 여러개 있지만
    올라오는 기사 내용이 대동소이 하잖아요
    근데 이 기사는 참신하고 특색있어 좋습니다.
    기사는 컨트롤+c,v 가 아니라 이렇게 두발로 뛰어서
    작성해야 현장감있고 독자에게 잘 전달 되는 것 같습니다.
    조행성 기자님!
    앞으로도 참신한 기사 기대할께요
    수고하세요^   삭제

    • 거제가시골 2013-10-10 12:51:49

      이런 기사는 참 좋네요. 잘 봤습니다~   삭제

      • 보통사람 2013-10-02 20:22:56

        보통 시민으로서 한번쯤 시도 해볼려고 했으나 자료나 정보가 없어서 머뭇 거렸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해서 스마트폰 메모장에 꼼꼼하게 메모 해 두었습니다. 이런 기획자료나 보통 사람들이 즐길수 있도록 또다른 거제도 투어의 자료가 있으시면 기사 부탁드립니다.
        다시한번 수고 하셨고 감사합니다.   삭제

        • 장승포 2013-09-27 16:45:27

          조행성 기자님의 르포기사 잘 보았습니다. 이런 기획은 상받아야 겠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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