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모두가 무척 힘들었던 것 같다. 폭염(暴炎)에다가 가뭄까지 겹쳐서 후덥지근한 날씨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전력난에 공공기관과 대형사무실에서는 에어컨은 물론이고 전기마저 맘대로 쓰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다. 직원들은 물론 만나는 사람마다 여름은 여름다워야 제 맛이라고 얘기하면서 함께 극복하고자 애를 태웠다.

8월 말경 처서(處暑)가 지나자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더니 요즘은 가을 냄새가 나는 듯하다. 이불을 덥지 않으면 새벽에 춥다. 우리나라 절기(節氣)의 신비함이다. 가속되는 지구온난화에 이 아름다운 사계(四季)의 미묘한 변화가 무너질까봐 걱정이 앞선다. 이제 2013년 여름은 지나가고 있고 우리는 가슴 벅찬 새로운 계절을 맞이해야 한다. 무더위에 지쳐 소홀했던 주변을 돌아보며 삶의 활력을 찾아보는 시간도 좋을 듯하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곁에 적(敵)을 두고 사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같이 예전에 친했던 사람, 서로 너무나 잘 아는 사이, 심지어 부모형제까지도.. 또한 정확한 내용을 모르면서 주위에서 부정적으로 얘기하니까 상대의 입장을 들어보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고 무작정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금전적 이해관계라든지 애정에 얽힌 사연 등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이 있지만 주위에 적이 있다는 것은 불편한 사실임에 틀림이 없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 정말 똑똑하고 열정적이고 책임감도 강하다. 그런데 이해관계가 얽히고 의견대립이 되면 그 시점부터 바로 적이다. 이해하기 힘든 것은 상대가 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개의치 않고 안면무시하면서 산다. 자주 보는 이웃인데도 불구하고 갈등해소를 위해 노력하지도 않는다. 달리 생각하면 대단할지 모르지만 무모하기 그지없다.

적(敵)을 만든다는 것은 본인과 상대는 물론 주위사람에게도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초래한다. 우선 대화의 단절이다. 대화단절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오해는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킨다. 심하면 폭력에서 살인까지도 간다. 사소한 갈등이 인생을 송두리째 망쳐버리는 사건들을 우리는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하고 있다.

본란에서는 어떻게 하면 적을 만들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내 나름의 생각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항상 상대의 장점을 보자. 단점을 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남의 흉을 잘 보는 사람은 상대의 단점을 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재미삼아 허물을 얘기한다. '남의 말을 좋게 하자'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사람의 장점을 인정하면서 단점을 고치는 쪽으로 유도하면 좋은 인간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친한 사람과의 논쟁(論爭)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논쟁을 하더라도 상대의 생각이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자.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점을 각자의 개성으로 인정하지 않고 틀린 점으로 취급하는 순간, 서로에게 상처가 자리 잡기 십상이다. 위 두 가지가 소극적이라면 적극적인 방법이 상대를 이해(understand)하는 것이다. under+stand.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고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利己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상대를 편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해심이야 말로 진정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용서하자. 모든 것이 내 탓이다. 내 자신을 위해서도 용서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몇 백 명의 우군보다도 한명의 적이 치명적일 수 있다. 법정(法頂)스님은 무소유(無所有)에서 '나의 취미는 끝없는 인내(忍耐)'라고 하시면서 모든 이웃을 사랑하고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설파하셨다. 주위사람들과의 친밀감은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진실하고 허물없는 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 화(火)는 화를 키운다고 한다. 적(敵)은 적을 만든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천금 같은 시간을 할애해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되 다소 언짢은 일이 발생하더라도 이해하고 용서한다면 주위에 적(敵)없이 평온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