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복숭아꽃이 한 차례 다녀가고, 찔레꽃이 오월을 흐드러지게 장식한 때가 엊그제인가 싶었더니 벌써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전령사인 귀뚜라미가 운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들이 쉬엄쉬엄 지나가는 시간적 축척을 느끼기도 전에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곤 한다. 이제 가을이다. 가을의 전령사가 귀뚜라미라면 귀뚜라미와 함께 찾아오는 또 다른 가을이 있다. 바로 독서의 계절이다.

독서에 대한 정의는 ‘문자를 읽거나 문장이나 문단의 글을 읽는다’는 가벼운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필자의 기호화된 의미가 독자의 뇌리에 재생되어 다시 형성되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독서자료, 독자의 지식과 경험, 그리고 독자의 생리적, 지적활동이 상호작용하는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사고과정’이라는 복잡한 개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독서의 구체적인 과정은 낱말, 문장, 문단, 낱말 등을 읽을 때 그 읽은 내용에 대해 독자의 뇌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이 복합하여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동시에 일련의 내용 중 중요한 것은 취사선택하여 통합하는 작업이 단계적으로 지속되고, 불분명한 의미가 차차 확실하게 밝혀지면서 글의 끝부분을 읽을 때 비로소 글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즉 독서는 언어기호의 의미가 글자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글자가 독자의 뇌리에 자극을 줌으로써 독서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과정이다. 책 속의 사건을 분석, 종합, 정리, 추출하는 사고 능력을 통하여 의미를 체계적으로 종합하는 데서 일어나는 독자의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케뮤니케이션과정이다. 그러므로 독서는 지식, 정보, 연구, 조사, 영감, 오락의 자료 자원으로서 인간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있어서 그 가치를 발휘하는 논리적이고, 비판적이며, 능동적이고 전략적인 최고의 창조적 과정인 셈이다.

이런 최고의 창조적과정인 독서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율은 부끄러울 정도이다. 전국의 만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조사시점(2004년 11월)을 기준으로 지난 1년 동안 한권 이상의 일반 도서를 읽었다고 응답한 성인은 전체의 76,3%로 성인 10명 중 2명 이상이 지난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중요한 것은 초.중.고 순으로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독서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평균 독서율 역시 성인의 54.5%가 ‘1개월 동안 한 권 이상의 일반 도서를 읽었다’ 고 응답한 반면, 나머지 절반은 전혀 책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가까이 하는 행위도 하나의 습관이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좋은 습관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삶의 모든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타인의 귀감이 되어 성공의 비결이 된다. 반면에 나쁜 습관도 평생을 따라다니며 삶의 여러 곳에서 자신을 옭죄이며 그 나쁜 습관으로 인하여 손해를 보기도 하고, 이로 인하여 주변과 가족과 이웃에게 알게 모르게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

책을 읽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부터 즐거움의 대상으로 책을 느끼게 되면 평생 동안 책을 가까이 하게 되며, 책에서 얻은 지혜는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하는데 자양분이 되어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행복을 주게 된다. 그러나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라 강요 또는 의무감에서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면 일생 동안 책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어릴 때 책을 가까이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책보는 것을 즐거운 행위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오직했으면 탈무드에 꿀을 발라놓고 책을 읽으라고 했을까?

지난 주일에 거제교육지원청에서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독후감 발표대회를 가졌다. 방학 동안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쓴 후 그 독후감을 발표하는 대회이다. 자신이 읽을 책에 대한 독후감을 직접 작성하고, 그 독후감을 청중들에게 발표하는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그 결과는 정말 대단했다. 학교폭력에 대한 책을 읽은 후에 장난처럼 친구에게 던진 한 마디가 친구의 인생에 그림자를 그려주었다 것에 대한 반성의 이야기가 있었다. 다문화 독서를 통해 세계의 사람들은 서로 다를 뿐이지 우리가 우월한 것은 아니기에 서로 배려하고, 인정하면서 살아가야한다는 초등학생의 다부진 발표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암울했던 젊은 시절을 청산하고 거듭난 인생을 찾아 83개의 꿈을 안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김수영 작가의 책을 통해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는 젊은이들의 패기를 배웠다는 중학생의 희망에 찬 발표도 있었다.

가을이다.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이번 가을엔 다른 무엇보다도 책을 가까이 하는 계절로 장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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