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선정성 불법전단지 원천 차단을 위해 지난 8일 통신 3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시민들이 휴대폰이나 카메라로 불법광고물을 촬영해 서울시에 전송하면 통신3사가 광고물에 표시된 연락처를 삭제해 영업 자체에 타격을 입히는 묘안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박원순 시장의 시정 홍보다. 박 서울시장은 SNS에 이러한 시정을 시민에게 알리고, 또 의견을 주고받는다.

반면 거제시의 불법광고물 근절 대책은 아직 전형적인 현장단속을 유지하고 있다. 시는 최근 거제경찰서와 합동으로 8~9월 2개월 간 집중단속을 벌인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대상을 두고 대처하는 두 지자체의 모습이 사뭇 비교된다. 폭염 속에 직접 발로 뛰며 단속하는 우리 공무원들의 노고를 비하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

다만, 지자체장까지 나서서 시정을 홍보하고 시민 반응을 살핀다는 것, 수백 수천억 원대 대규모 사업이 아닌 어찌 보면 통념상 말단 공무원인 환경미화원이 쓸어야 할 전단지까지 수장이 직접 챙긴다는 사실이 부러워서다.

당선 이래 권민호 거제시장이 선거 공약보다 길거리 청소를 강조한 적 있던가.

권 시장의 ‘불통’은 온라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박 시장의 ‘온라인 시장실’은 시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SNS채널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SMC(서울시 소셜미디어센터) 등 3개나 되지만, 권 시장의 온라인 시장실인 ‘열린 시장실’엔 SNS채널이 전혀 없다.

하나 더 콕 찔러보자. 권 시장의 정치에 ‘애민(愛民)’이 깃들어 있을까.

취약한 하수 시설과 교통체증,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연초면 소오비, 차도를 이용해야 하는 연초면 맑은샘병원 앞 인도, 3년째 옹벽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사등면 두동마을, 스쿨존을 무색하게 하는 초등학교 앞 신호·속도 위반 등 공약에 앞서 풀어야 할 민생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도 권 시장이 직접 나선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드는 의문이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란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로 혹독한 정치에 시달리는 백성의 고달픔을 상징한다. 반대로 ‘요순(堯舜)시대’는 중국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정치가 펼쳐져 만백성이 풍요로웠던 태평성세를 의미한다.

군주와 그의 정치로 인해 겪는 백성의 고통과 군주가 누군지도 모를 만큼의 풍요가 잘 대비되는 고사성어들이다.

거제시 민생은 어느 쪽에 가까운지 정치와 행정은 눈·귀·입을 열고 두루 살피며 ‘작은 것, 낮은 곳’에서부터 민심을 얻어야 전자(前者)는 면할 것 같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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