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자교육연구회가 실시한 제59회 한자자격검증시험 한자사범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한 이가 있다. 경남 최초의 한자사범시험 합격자 김명옥(여ㆍ45) 씨다.

한자자격검증시험의 마지막 단계인 한자사범시험은 실용 및 전문 한자 5000~5500자는 물론 사서(대학ㆍ논어ㆍ맹자ㆍ중용), 고문진보, 문장과 한시 등 고전의 번역까지 모두 통달해야 합격 할 수 있는, 그야말로 ‘한자박사’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이다.

방대한 분량의 학습량이 있어야만 사범자격을 얻을 수 있는 자격인 만큼 한자사범시험 합격자는 전국에서도 200명 안팎의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6년 전만해도 평범한 주부였던 김 씨는 4~5년 전부터 창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다니면서 한자공부에 흥미를 가지고 자격증 시험에 도전했다.

인문학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자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학문의 깊이가 더 할수록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란다.

39살 조금은 늦은 나이에 시작한 김 씨의 한자공부는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놨다. 2009년 2급 자격을 취득한 이후 3개월 마다 한 번씩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한자공부를 해왔고, 한자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초ㆍ중등 학생을 가르치는 일도 시작하게 됐다.

특히 1급부터의 과정은 이전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했고, 거제지역에 배움터가 마땅치 못한 탓에 매주 거가대교를 건너 부산까지 한자공부를 다녀야 했다.

그런 열정을 보이던 그녀도 한자사범시험 합격까지는 쉽지 않았다. 한자공부를 시작한 이후 치른 시험에서 ‘낙방’을 몰랐던 그녀는 한자사범시험에서만 4번이나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5번째 시험에서야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또 이번 합격이 더욱 값진 이유는 바쁜 일상 속에서 이뤄낸 결과라는 점이다.

지금도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자공부방 외에 거제향교 인성교육강사, 고현초등학교 방과 후 한자강사, 대동다숲도서관 한자강사, 거제수필문학회, 거제문인협회 등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김 씨는 최근 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과 2학년에 편입했다. 한자공부를 하면서, 또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한자와 얽힌 우리나라의 역사나, 중국의 문화, 역사도 함께 배우면 더욱 흥미 있고 유익하게 가르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한자공부로 전국최고의 실력자가 된 김 씨는 최근 배우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가르치기 위한 공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힘겹게 배웠지만 자신에게 배우는 학생들은 보다 쉽고, 편하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평소 생각이 끝없는 배움의 길로 안내한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김 씨 문하에 한자 2급 이상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만 30여 명에 이르는 것도 그녀의 이런 열정과 무관하지 않다.

김 씨는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만들어져 어휘력, 집중력 향상 및 인성함양 등 많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한자가 선택과목에 머물러 학생들이 한자를 멀리 하는 점이 늘 안타까웠다”면서 “가르치는 사람이 전문가가 돼야 한자를 쉽게 전달 할 수 있고, 한자마다 자원과 뜻이 있어 이야기로 만들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면 재미도 있고 기억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한자를 익히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신 권성우 선생님(‘권성우의 한자왕도’ 저자)과 한자지도사, 훈장, 사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양고전을 익히는데 도움을 주신 문곡 박차은 교수님께 고개 숙여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고, 묵묵히 곁에서 힘이 되어 준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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