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건너편(미국)에 있는 ‘낡은 배 한 척’을 들여올지 말지 정하는 과정이 여간 더딘 게 아니다.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조성사업과 관련한 레인 빅토리호 인수 여부를 두고 ‘선박인수검증위원회(위원회)’가 근 1년째 논의만 거듭하고 있어서다. ‘오랫동안 깊이 생각(長考)’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던 것 같은데도 말이다.

위원회는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길게는 반년, 짧게는 한 달 남짓 간격으로 모두 네 차례 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앞서 2월 중순 2차 회의에서 직접 미국에 가 배를 본 뒤 가부(可否)를 판단하기로 했다가, 그다음 달 열린 회의 땐 우선 전시관을 짓는 쪽으로 추진하면서 선박 인수도 병행하는 걸로 달라졌다.

지난 16일 4차 회의 역시 답답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빅토리호 인수 가능성 등을 미국 쪽 관계자한테서 들은 후 참석한 위원들끼리 1시간가량 여러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인수 여부를 결정하는 건 결국 다음 회의로 미뤘다. 한 번 더 심사숙고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처럼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깊이 잘 생각해야 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럼에도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둔다(너무 오래 고민하다가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는 뜻)’는 바둑 격언에서 보듯 때론 빠른 의사결정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로 나타날 때도 적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 배를 인수하기로 정하면 1년 반을 기다려야 한다. 5년마다 거치는 선박 검사 시기가 그때인데, 빅토리호 관리권을 가진 미(美)상선협회가 검사비용(약 100만 달러)이 없어 검사를 못 받으면 배가 미 국방성으로 넘어가고, 고철로 처리되기 전에 협상을 거쳐 배를 사오는 게 유일한 인수 가능성으로 점쳐진다.

美상선협회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해 선박 검사비용을 대기 버거울 거란 전망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장밋빛 예상’일 뿐 이걸 전제로 인수를 추진하는 건 사실상 ‘모험’에 가까워 보인다. 예상과 달리 선박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면 적어도 5년은 더 허송세월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서다. 위원회의 ‘혜안(慧眼·사물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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