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시론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자김선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거제지사장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세월이 너무 빠르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흐름이 더욱 빨라지는 것 같다. 인생지사일장춘몽(人生之事一場春夢)이라더니 그 말의 의미가 새삼 너무나 가깝게 다가온다. 친구들과 만나다 보면 열 명 중에 일곱 정도는 지병을 달고 산다. 혈압에 당뇨에 갖가지 노인성 질환들이 있어 밤새워 약주한잔 하던 시절은 아득한 옛날이 되어버렸다.

벌써 몇 명은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났다. 나는 항상 젊음을 유지하면서 살려고 노력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미 세대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면서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부정하면서 혐오의 감정을 나타낸다. 그렇게 해서는 죽음을 미리 준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죽음에 당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서 평소 내 나름의 생각을 피력해보고자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이 세상의 권력자도 재력가도 절세가인도 때가 되면 모두 죽는다. 언제이고 나에게도 죽음이 닥칠 지도 모른다. 반드시 찾아온다. 그게 우주의 이치이다. 죽음에 대해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삶이 허망하고 별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언젠가는 아침이슬처럼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고 하루하루를 최선으로 살다보면 삶의 의미를 새삼 느끼면서 더욱 풍성하고 행복한 나날들이 될 수 있다.

나는 매일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이 기적 같은 오늘! 어제 죽어간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인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우선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일상에 충실하면서도 오늘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일이 있으면 무조건 한다. 누군가 만나자고 얘기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시간을 할애한다. 다음에 하자고 미루면 바쁜 일상에서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

그리고 항상 유언(遺言)을 남긴다. 마누라와 애들한테 내가 죽거든 어떻게 해달라고 이미 얘기해놓고 있는 상태다. 그렇게 살다보니 삶 자체가 신비롭다. 언제고 갈 거라고 생각하니 편안하다. 남과 다투거나 부정적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나이 듦도 기꺼이 맞이할 수 있어 좋다. 소설가 박경리 씨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
다음은 박완서 씨가 쓴 글이다. "나이가 드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을 것을 안 할 수 있어서 좋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 데 젊음과 바꾸겠는가.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살아오면서 볼꼴, 못 볼꼴 충분히 봤다. 한번 본거.. 두 번 보고 싶지 않다. 한 겹 두 겹 책임을 벗고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두 분은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여류소설가였다. 그러면서도 조용한 시골집에서 삶을 마감했다. 박경리 씨는 원주의 산골에서 박완서 씨는 구리의 시골동네에서 노년의 침묵을 가르쳐 주었다. 말년의 두 분은 후배들에게 이렇게 나이 먹어야 한다고 조용한 몸짓으로 표현했다. 노년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보여주었고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가장 아름다운 인생(上善)은 물처럼 사는 것(若水)이라는 뜻이다. 천천히 걸어도 빨리 달려도 주어진 시간은 오직 한 세상뿐이다. 더러는 짧게 살다가 더러는 조금 길게 살다가 떠나간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다. 나이 듦을 서러워하지 말자. 아직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 허둥대다 죽음에 당하지 말고 미리 준비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새거제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정기 후원은 새거제신문의 신속 정확한 뉴스 및 정보 제공에 큰 힘이 됩니다!

후원하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