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고현 시내에 나갈 일이 있어 택시를 잡아탔다. 그날 따라 도로에 차들이 많아 피서철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택시 기사에게 “이제 여름이니 장사가 좀 되겠습니다”하고 말을 거니 어림없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관광객이 자가용 끌고 오지, 택시는 안 탄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내에 차가 넘쳐나 더 짜증 날 것이라고 퉁을 놨다.

“그러면 버스는 어떨까요?”하고 물으니 더 한심하게 바라본다. 버스 탈 바엔 택시 타는 게 여름 관광객이란다.

기자는 “관광이 발달하면 거제시민들은 더 불편해지겠네요?”라고 넌지시 물으니 그건 또 아니란다. 부산 해운대처럼 관광이 발달해 인구가 늘면 지역경제도 나아져 먹고 사는데 편해진다는 것이다.

더는 묻지 않았지만, 미래를 위해 지금의 불편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로 이해했다.

그런데 정말 시민의 희생을 거름으로 거제시는 풍성한 과실을 안겨다 줄까.
거제시는 지난 3월 고현~남부 시내버스 노선을 둘로 끊어 환승시스템으로 바꾸고, 학동과 저구에서 남부 각 마을로 가는 순환버스를 도입했다.

분명 마을마다 버스 경유 횟수가 늘어 편리해졌음에도 득 본 사람이 없다. 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 마을 주민은 시내 병원과 시장이 목적인 노인들이다.

이들에게 가장 편한 것은 목적지까지 한 번에, 요금도 한 번만 내는 것이다. 환승이니 교통카드니 하는 문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데다, 안내해주는 이도 없어 답답할 노릇.

그렇다면 관광객은 어떨까. 거제시는 올여름 순환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이 더운 여름에 버스를 오르내릴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고 앞서 택시기사와 똑같은 말을 꺼낸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 주민들이 겪는 불편을 나 몰라라 한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명리조트 거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개장 후 7월 현재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리조트 내 주차면보다 많은 차들이 몰리면서 리조트 주변 불법주차 문제를 낳고 있다. 게다가 기형적인 병목구조로 교통체증까지 우려되지만 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준공 바로 전에는 공사관계자들의 차량으로 도로 100여 미터 구간의 갓길이 점령당했었는데 그때도 지역관광 발전을 위해 양해를 구하던 거제시였다.

시는 올해 남부 순환버스와 대명리조트를 통해 예년을 웃도는 관광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분명 관광도시로의 발돋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불안한 건 거제시가 받쳐놓은 허술한 ‘발판(관광 기반)’ 때문이 아닐까.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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