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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정치인이 판치는 세상손영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 여행’ 저자

‘계포일낙(季布一諾)’이라는 말은 한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킨다는 뜻이다.
이 말은 중국 초나라 사람인 계포에게서 유래됐다. 계포에게는 계심과 장공이라는 두 동생이 있었다. 계심은 힘이 장사였고 장공은 머리가 뛰어나 동네 사람들이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나 계포는 두 동생에 비해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계포는 주눅 들지 않고 “비록 타고난 힘과 지혜는 없지만 나도 노력하면 남보다 나은 장점을 가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계포가 소리쳤다. “그렇다. 약속을 지키자. 이제부터 한번 약속을 입 밖에 내어 약속 한 것은 꼭 지키는 사람이 되자”그 뒤 계포는 아무리 사소한 약속이라도 승낙 한 것은 끝까지 약속을 지켰다.

어느 날 친구들이 계포에게 “마을 앞에 있는 호수를 헤엄쳐 건널 수 있어?”하고 묻자 계포는 당연히 건널 수 있다고 하면서 내일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튿날 바람이 몰아쳐 약속 장소에 나온 사람은 계포 뿐이었다. 그날 저녁 계포를 찾아 친구들이 호수가로 달려갔을 때 그는 비에 흠뻑 젖어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다. 그걸 목격한 친구들은 계포는 약속을 잘 지키는 용감한 사람으로 여겼고 그 이야기는 온 동네로 온 나라로 퍼져 나갔다.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다룰 때 계포는 항우의 적장으로 싸웠다. 그러나 항우가 마지막 싸움으로 패하고 쫓기는 몸이 되자 유방은 현상금 천금을 걸어 계포를 수배하고 그를 숨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삼족을 멸할 것이 라 했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은 누구하나 고발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를 천거까지 했다. 마침내 계포는 유방의 조정에서 벼슬을 하면서 의로운 일에 힘썼고 모든이의 신임을 받게 되었다. 그 뒤 ‘황금 100근을 얻는 것 보다 계포의 한마디 약속을 얻는 것이 더 낫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다. 인생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대부분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자기의 거짓말을 믿지 않는 것이라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말했다.

남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비난 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을 보여준 이들이 있다. 지난 총선당시 시민들과의 약속을 파기하고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시. 도의원 들이 총선이 끝난 지 불과 다섯 달 만에 재입당을 하면서 개인의 이해관계, 구태정치, 철새 정치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지난 2월5일 치러진 거제 수협장 선거에 나선 김선기 도의원이 고배(苦杯}를 마시지 않았다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의원직을 사퇴할 뻔한 일도 벌어졌다.

이보다 앞서 김한겸 전 시장은 2002년 도의원에 당선된 직후인 2003년에 있었던 거제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도의원 자리를 내놓았다. 권민호 시장도 2006년 도의원에 당선된 후 2008년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도의원을 사퇴했다. 이와 같은 볼썽사나운 행위들은 풀뿌리 지방자치의 근본정신을 훼손하는 구태의 반복. 그 자체이다.

6.4 동시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 시장들이 뇌물수수혐의로 줄줄이 구속 수감되는 초유의 사태와 철새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행보를 지켜보면서 ‘황금 100근보다 계포의 약속 한마디가 더 값어치가 있다’는 계포일낙의 교훈이 새삼스럽기만 하다.

거제지역사회에서 정치인의 이미지가 한번 부정적으로 되면 다시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 중앙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이야 언론을 동원하여 이미지 갱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지역 사회는 이미지 조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항상 생활을 같이하는 시민들에게 진실하고 청렴한 정치인의 이미지로 가져가는 것만이 지역사회, 지방자치를 정착시키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다가오는 동시 지방선거에서는 친구 같은 정치인, 약속을 잘 지키는 정치인, 봉사자로서의 정치인, 지역사회에 희망을 제시하는 정치인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 이는 유권자인 우리 시민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한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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