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일 장군 동상 철거 항소심 기각 관련
‘인물 미화보다 공과 모두 알려져야’ 강조

지난 2011년 5월27일, 흥남철수기념사업회가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 김백일 장군 동상을 세우면서 시작된 일이다. 만 2년을 넘겼다. 정부 발표를 근거로 한 김백일 장군의 친일 행적이 논란이 됐고 철거 운동으로 번졌다. 문화재영향검토를 빠트린 거제시의 실책은 소송으로 비화됐고 공방 끝에 법적 판단은 사실상 가닥이 잡혔다. 철거 불가로 기운 것이다. 대법원 상고심이 남았지만 뒤집긴 힘들어 보인다. 범시민대책위에 실무적으로 참여했던 거제경실련 노재하 국장을 만났다.

“법적 판단은 사실상 끝난 것 같습니다. 아쉬운 감이 분명 있지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보면 1심과 달라진 내용도 있습니다.”

당초 1심에선 김백일 장군 동상이 문화재영향검토를 거치지 않은 위법 시설물로 인정됐었다. 그러나 2심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거제시가 관련 절차를 수행할 주체이지 흥남철수기념사업회에 문화재영향검토 의무가 없는데다 동상 건립 위치 등을 협의한 사실에 비춰 거제시의 문화재영향검토가 있었던걸로 2심 재판부는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소송에 이르게 된 결정적 요인이 문화재 관리조례에 어긋난다는 경남도의 원상복구(철거) 통보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수긍이 쉽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항소심 심리 과정에서 탄원서도 냈는데 효과가 부족했던걸로 보입니다. 신뢰보호의 원칙도 2심에서 거론됐는데요. 그렇다면 사업회 측도 예전의 일들을 거제시에 알렸어야 하는데 그러진 않았거든요.”

거제시에 동상이 세워질 당시, 흥남철수기념사업회는 강원 속초에서 동상 제막이 불발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었다. 속초 지역사회의 반발로 무산된 사실이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게 ‘사실 은폐’가 아니냔 지적이 나왔고 2심에서도 거론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가 내세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됨이 상당하지 않느냐고 노 국장은 반문했다.

“동상 존속이 공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일제 치하에서 직접 고통을 당했던 선조들과 후손, 이를 딛고 나아가야 할 역사적 사명의 수호, 행정의 법률 적합성 등을 감안하면 공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저희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죠.”

거제시의 소극적 태도도 크게 아쉬워했다. 경남도의 철거 통보에 떠밀려 소송에서 피고가 됐음에도 적극적이지 않아서다. 거제시의원 전원이 철거운동에 동참했는데도 거제시 행정은 뒷짐이나 지고 있는 모양새가 지속돼 아쉬움이 적잖단다. 다시 김백일 장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어때야 하는지 물었다.

“정부가 지난 2009년 발표한 사실이죠.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협력했고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결정한 게 명확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도 함께 알려지는 게 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김백일 장군이 만주국 장교로 복무한 시기에 토벌한 항일무장세력의 성향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지만 일제에 적극 협력한 게 사실이라는 얘기죠.”

평화적이고도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것이란다. 흥남철수기념사업회 측이 그럴리 만무하지만 자진해서 철거했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동상 옆에 김백일 장군의 친일 관련 평가를 알리는 시설물 설치도 범시민대책위 차원에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친일인사들에 대해선 기념물 설치 등이 제도적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봅니다. 관련법 입법청원도 대책위에서 검토할 것입니다. 편향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명확한 사실을 알리는 건, 역사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는 일이 아닐까요.”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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