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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짜미’…‘유전경죄’뉴스 후(後)

결국 현대산업개발이 바라던 대로 됐습니다. 거제시계약심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네 번째 회의에서 애초 현대산업개발에 내린 행정처분(입찰 참가자격 제한 5개월)을 1개월로 덜어주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행정처분이 지나치다”며 ‘1개월에서 45일 사이 기간’으로 낮춰달라던 현대산업개발 쪽 주장을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여 부담을 가볍게 해준 겁니다.

행정처분 ‘1개월’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부정당업자에게 내릴 수 있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다섯 달이 딱 한 달로 줄었으니 현대산업개발 처지에선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은 격입니다. 넉 달 치 행정처분은 이제 곧 ‘없던 일’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이번 일을 바라보는 ‘바깥 시선’은 따갑기만 합니다. 계약심의위원회 재심의 결과가 알려지자 곧바로 시민단체 쪽에서 들고일어났습니다. 성명서에서 “국민 세금 떼먹은 기업의 사기행각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호되게 나무랐습니다. 듣자하니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민소환제(住民召還制) 추진도 검토하고 있을 정도라니 파문이 만만찮을 것 같습니다.

현대산업개발 태도도 사뭇 달라졌습니다. 현대산업개발은 거제시에 행정처분 재심의를 신청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거제시를 지원할 구체적 계획’을 정상참작(情狀參酌) 사유로 들었습니다. 회사 임원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연거푸 머리를 숙이며 ‘공증(公證)’을 거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행정처분 재심의 결과를 통보받고선 말을 바꾸는 모양새입니다. 재심의 과정에서 거제시에 53억 원 상당을 공익사업 등의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의견을 계약심의위원회 쪽에 내놓은 걸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며 어물쩍하는 눈치입니다. 아마 대가성 논란에 휘말린 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시민단체 쪽에서 요구한 계약심의위원회 재심의 과정을 낱낱이 밝히는 것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시청 담당 공무원 얘기로는 네 번의 회의를 하는 동안 일부 내용을 받아 적긴 했지만, 회의록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는 겁니다.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알 길이 없는 셈입니다.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게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시민단체 쪽 성명서 내용대로라면 이번 현대산업개발 행정처분 재심의는 사실상 ‘짬짜미’로 시작해 이른바 ‘유전경죄(有錢輕罪)’로 갈무리하는 것 같은 의혹이 적잖아 보입니다. 이쯤 되면 거제시가 직접 나서 속 시원하게 밝혀야 하지 않을까요. 더 큰 논란이 불거지기 전에 여러 의혹을 풀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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