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초등학교 앞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지점 모습.

고현초등학교 앞 편도 2차선 도로는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차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어 아이들 안전을 걱정하는 학부모의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학부모는 최근 거제시 홈페이지에 “대형화물차, 레미콘 차량 등이 하루에도 수백 대씩 고현초 앞 경사길을 아슬아슬하게 질주하고 있다”며 “특히 등·하교 시간에는 학부모와 학원 차량이 붐벼 자칫 대형차와 부딪히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구역”이라고 대책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다른 학부모들 역시 같은 주장을 내세우며 과속 방지턱과 과속 단속카메라 등의 안전시설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평소 이곳을 자주 지나는 A씨는 “어린이보호구역이지만 내리막길이라 그런지 무섭게 질주하는 차들이 적지 않다”면서 “급경사, 급커브라 차들이 보행도로까지 침범하는 때도 더러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20일 현재 실제로 도로 커브 지점 곳곳에서 차에 긁힌 자국과 파손된 안전시설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경찰에 접수되지 않고 마무리된 사고라 경위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지난 3일 교문 앞을 지나던 대형트럭이 반대차선 차량의 움직임에 놀라 정지하려던 찰나 뒤에 실려 있던 강철H빔(횡단면이 H모양인 강철 기둥)이 앞으로 쏠려 앞유리창을 뚫고 나오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었다고 한다. 급정거가 아니었음에도 화물의 중량과 가파른 경사가 화를 불렀다는 말도 들린다.

학교 측도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고 지난 10일 거제시에 안전시설 설치 및 불법주정차 단속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한다.

안전시설 충분, 자체노력 급선무

그러나 관계 당국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시 교통행정과에선 “주·정차단속만 담당할 뿐”이라며“주·정차 차량 대다수가 학부모 및 학원 차량이 잠시 아이들을 기다리는 경우라 단속하기도 마땅찮다”며 난색을 보였다.

도로과 역시 방지턱 설치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도로과 관계자는 “고현초 앞 커브길에선 방지턱이 오히려 사고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설치가 어렵다”며 “설치한다 해도 소음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기존 설치된 방지턱과 이미지험프(페인트로 그려진 방지턱), 육교만으로도 충분히 안전시설이 갖춰져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거제경찰서도 도로과와 같은 의견이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 폭이 넓고, 육교도 있어 안전시설이 충분한데도 또 많은 예산을 들여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다른 열악한 조건의 학교와 비교해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답했다.

단속카메라는 경남지방경찰청이 한해 10~15대, 평균 12대를 도내 23개 경찰서에 배분하는데 거제서는 지난해 이미 2대를 받아와 올해 추가 지원이 쉽지 않다고 한다.

또 면 지역 초등학교는 통학로가 대부분 편도 1차선이라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인 30km를 지켜야 하는 게 맞지만, 고현초와 같이 폭이 넓고 육교가 있는 도로는 일반 도로 속도인 60km로 다녀야 차량흐름과 운전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경찰 관계자는 “안전시설 설치에 앞서 학부모와 학원 차량이 스스로 교통질서를 잘 지켜 안전한 통학길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학부모 우려가 계속된다면 거제시와 검토해 높이가 낮은 방지턱을 설치하는 방향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올해 말 국도대체우회도로 3공구(상동-장평)가 완공되면 통행량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한편 지난 7일 아주동 모녀 교통사고 이후 거제시와 거제경찰서에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해달라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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