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에 비치된 화장지를 통째 가져가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라서 단속도 곤란하다. 자발적인 시민의식 개선이 첫 과제로 꼽힌다.

지난 6일, 일운면 지세포 조선해양박물관 야외화장실 좌변기 문짝마다 커다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계속되는 휴지 절취로 인하여 휴지 사용량이 폭증하여 기 확보된 휴지의 재고 소진이 임박했습니다.’

이 화장실을 관리하고 있는 해양박물관 측은 “지난해 연말부터 4~5개월간 이런 일이 잦았다”며 “주로 밤에 없어지는 편”이라고 화장지 절취 실태를 털어놨다.

해양박물관 측은 일반인이 화장지 케이스를 열지 못하도록 개당 1만 원의 비용을 들여 남녀 화장실의 케이스를 도난방지용으로 교체했는데, 그 뒤로는 화장지를 몽땅 풀어서 가져가 버린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내문의 경고 덕분인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란다.

화장지 ‘증발’은 비단 여기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현재 거제시 관리의 공중화장실은 모두 172개, 이를 시로부터 위탁 관리하고 있는 D업체에 따르면 유람선 선착장, 해수욕장 등 유명관광지를 중심으로 화장지와 비누 등의 비품 도난이 잦다고 한다.

화장지를 과하게 쓴 것인지, 슬쩍한 것인지 판단 근거는 두루마리 화장지 심지의 있고 없음이다. 화장지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케이스를 열어 통째로 가져가 버리면 사실상 고의적인 절도로 관리업체는 보고 있다.

특히 유명 관광지일수록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관광버스 운전기사들이 버스에서 사용하기 위해 털어가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외 어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방파제에선 낚시꾼들이, 도심 공원에서는 청소년들이 뭉터기로 가져가 버리는 일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관리업체 측은 적잖은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170여 개를 관리하다 보니 감시는 커녕 청소와 비품교체만으로도 빠듯한 형편이다.

열기 어려운 철제케이스로 교체하려니 비용이 만만찮을뿐더러 망가지면 복원이 어렵다. 플라스틱 케이스는 숙련자(?)에겐 매우 쉬운 표적이다. 아쉬운 대로 테이프로 칭칭 감았는데 업체 직원들도 덩달아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해양박물관처럼 경고문을 써 붙이자니 시의 관광이미지가 자칫 딱딱하게 굳어질까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한다.

관리업체 측은 “보통 일주일에 화장지 150여 개를 채워 넣는데 20개 정도가 이런 식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이 모든 부품비가 세금인데 시민들이 먼저 아껴써야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 관련 부서에서는 화장지 절도가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어 아직 실태 파악이 제대로 안 된 것으로 보인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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