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신문사 분위기는 온종일 침울했다. 그날 아침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다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한 한 30대 엄마의 사고 소식 때문이었다.

사고지점은 아주동 치안센터 앞 건널목. 경찰에 따르면 덤프트럭의 신호위반이 원인이란다. 어떻게 치안센터 앞에서 신호위반으로 인명사고가 날 수 있을까.

애도와 슬픔,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약 한 달 전(본지 636호) 연초면 오비 신우마리나 아파트 앞 건널목의 상습 신호위반을 취재했을 때 경찰은 3대 신호위반 상습 지역으로 오비 신우마리나 앞과 연초면 송정마을 앞 국도 14호선, 그리고 아주동 택지개발지구를 꼽았었다.

경찰과 거제시도 이 지역의 교통환경이 매우 취약했음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고 소식은 지역 각 언론사가 보도했고, 적지 않은 시민들이 운전기사만큼이나 안일한 행정을 탓했다. 시민들은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행정은 뒷짐만 졌다는 것.

시민의 외침에 행정이 귀를 막은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달 26일엔 고현동 서문삼거리에서 이중 충돌 사고가 났었다.

사고자 중 한 명은 서문삼거리 인근의 상가 주인이었는데 이곳에서 5년간 장사를 하면서 매년 4~5건의 교통사고를 봐왔다고 한다.

첫째로 신호가 헷갈리고, 둘째로 시청방면서부터의 내리막길에 따른 과속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고 했다. 시도 이 지점의 취약점을 모르진 않는 바다. 상가 주인은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여러 가지 조사를 벌이는 것을 자주 보았고, 매번 그들에게 ‘신호를 명확하게 해달라’, ‘내리막길 구간에 방지턱을 설치해달라’며 요구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혀 나아지질 않았고, 결국엔 본인이 사고를 당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2006년 3월 신현중학교 정문(스쿨존)에서 후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11세(당시) 초등학생이 사망한 사고, 2009년 4월 4명이 사망한 일운면 소동리 택시-관광버스 충돌사고, 2011년 12월 연초면 송정 지하도서 택배차량과 부딪혀 집배원이 사망한 사고.

안타깝게도 이들 모두 시민들이 먼저 행정에 위험을 알렸던, 예방이 가능했던 사고였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수습하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지만 막상 대책을 물으면 ‘단속 인력이 부족하다’, ‘안전시설 설치할 예산이 없다’ 등 뻔한 소리만 해대는 게 지금의 거제시 행정이다.

시는 얼마 전 올해 첫 추경 예산을 편성했다. 당초예산보다 544억이 늘어났는데 ‘지역경제 활성화사업’과 ‘시급한 지역현안사업’에 투자할 것이란다. 어떤 사업이냐 물으니 먼저 것은 토목·건축 공사 등을 벌여 외부 인력이 지역에서 소비케 하는 것이고, 뒤엣것은 주로 도시계획도로, 농·어촌 도로 등 도로 관련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도로 관련 사업이라니 지역 교통환경이 나아질지 지켜볼 일이다.

지난 8일엔 거제경찰서가 1급지로 승격됐다. 경찰인력과 예산이 늘어나 치안 서비스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산과 인력이 늘어날 예정이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싹 가시지 않는다. 가장 우선돼야 할 행정 의식의 변화를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해서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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