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동·장평동·상문동·수양동을 아우르는 옛 신현읍 지역은 사실상 ‘고도비만’을 앓고 있다. 거제시 전체 인구(23만 8048명) 절반에 가까운 10만 8834명(이상 올 3월 말 주민등록 기준)이 산다. 시청을 비롯한 주요 관공서가 터를 잡았고, 대형 사업장(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을 곁에 품고 있는데다 금융기관과 상업시설 대부분이 여기에 몰려 있다. ‘정(政)·관(官)·산(産)’ 1번지, ‘거제의 강남’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사람으로 치면 ‘팔다리(상당수 면·동 지역)’는 바짝 말라가는데, ‘몸통(옛 신현읍)’만 자꾸 살이 찌는 격이니 쑤시고 아프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차는 밀리고, 댈 데는 없고(혈액순환 장애)’ 여기선 운전대를 잡는 게 스트레스다. 땅값, 집값도 매년 ‘고공행진’이니 살림 팍팍한 서민들은 ‘허리가 휠 지경(만성요통)’이다. 맘 놓고 쉴 변변찮은 도심공원도 없다.

그런데 ‘칼’을 갖다 대기엔 위험부담이 만만찮다. 사실 그럴 수도 없어 보인다. 선거 때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들(국회의원, 시장, 도·시의원)인 탓에 사람 많은 동네나 이른바 ‘연고지’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거다. 옛 신현읍 지역 과밀화, 비대화 문제가 나아지기보단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덕분에 다른 지역 주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린다.

‘스프롤 현상(Sprawl Phenomena)’도 나타나고 있다. 도시의 급격한 발전과 땅값이 올라 도시주변이 무질서하게 확대되면서 농경지나 삼림지를 잠식해가는 걸 말한다. 계룡산 자락은 이미 아파트 단지로 뒤덮일 지경이 됐고, 수월 쪽 논두렁 상당수도 원래 모습을 잃었다. 비교적 개발이 덜 됐던 양정, 문동 일대 역시 전원주택 등으로 깎여나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돈이 될 만한 땅은 여지없이 ‘삽질’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런 스프롤 현상은 도시계획 또는 정비사업이 도시의 발전을 따르지 못하거나 처음부터 고려돼 있지 않을 때 발생한다. 옛 신현읍 지역은 ‘잰걸음’으로 변모하는데, 거제시 도시계획은 ‘소걸음’한 셈이다. 아님 애당초 그럴 의지가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스프롤 현상은 도시 주변 주택이나 공장의 무계획적인 건설, 땅값 상승, 교통량 폭주, 환경오염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당국이 적절한 도시계획에 의한 인구 분산, 산업구조 재배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지정 등으로 보완책을 모색하기도 하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거제시의 올바른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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