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임으로 만나 결혼 10주년 맞은 '잉꼬 부부'

▲정유진(왼)·선석수(오른) 경사 부부

선석수 경사(42·거제경찰서)는 지난 2002년 순경 3년 차에 평생을 함께할 배필을 ‘파출소’에서 만났다. 제 발로 파출소로 날아든 그녀는 24세 꽃다운 나이에 고현동 신현파출소로 초임 발령받아 온 정유진 순경(36·현재 경사)이었다.

두 사람은 위계질서가 엄격한 경찰 세계에서 선임과 후임으로 만나 조심스레 사랑을 키웠고, 1년의 연애 끝에 부부의 인연을 맺어 올해로 꼬박 결혼 10주년을 맞이했다. 지역 부부경찰관 1호로 후배들이 부러워하는 잉꼬부부지만 경찰 커플로서 이겨내야 했던 시련들도 적지 않았다.

무뚝뚝한 선배, 소심한 후배

2002년, 당시만 해도 여성 경찰공무원이 귀하던 때라 유진 씨의 등장은 파출소 분위기를 꽤 심란하게 했다. 특히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흔치 않은 미인이었기에 떠꺼머리총각 석수 씨는 금세 마음을 도둑맞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 갓 신입 순경인 유진 씨에게 석수 씨가 남자로 보일 리 없었다. 그저 우락부락한 마초 ‘선임’이었고, 일 배우기 급급한 ‘새내기’의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석수 씨의 매력은 한지에 먹물이 스며들 듯 천천히 유진 씨에게 전해졌다. 무뚝뚝하지만 근무 중에 보여준 따뜻한 동료애와 일에 대한 책임감 등을 지켜보며 유진 씨는 ‘저 사람 참 괜찮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단다.

두 사람의 관계는 빨리 진행됐고, 동료의 눈을 피해 비밀연애를 하기 시작했다. 데이트할 때는 쫓기는 범죄자 마냥 순찰차를 피해 다녀야 했다고 한다.

만난 지 1년째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할 무렵 유진 씨의 부모님이 결혼을 강하게 반대했다.

“처가댁 반대가 심했었죠. 아내가 너무 어려서 아깝다는 생각이 많으셨던 거 같더라고요. 그래도 끈질기게 찾아뵙고 설득한 끝에 지금의 아내를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은 정말 무척 좋아하시죠”

마음을 훔쳐간 지 1년 만에 유진 씨를 석수 씨가 체포함으로써 이들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부부 경찰도 피할 수 없는 육아 문제

결혼만 하면 모든 게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당장 육아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그때는 육아휴직이 흔치 않던 때라 눈치가 보여 신청하기 어려웠죠”
결국 큰 아이는 두 돌 때까지 시골에 있는 부모님이 대신 키워야 했다. 석수 씨와 유진 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더라도 부모 곁에서 키워야겠다는 큰 결정을 내렸다.

형사계에서 일했던 석수 씨는 집에 올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낮에는 어린이집이, 밤에는 유진 씨가 아이를 키웠고 아빠의 자리는 좁아져만 갔다.

일반 주부였다면 바가지라도 한번 시원하게 긁었을 터인데 같은 직종 종사자이다 보니 누구보다 남편을 이해해야 했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6년 전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야 했던 유진 씨. 경찰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장 바쁜 날 가운데 하나임을 잘 알기에 그다지 기대가 없었지만, 남편의 마음은 달랐던 모양이다.

석수 씨는 목걸이 하나를 사서 집에 들러 얼른 아내에게 건네주고 일터로 쏜살같이 돌아가 버렸다. 유진 씨는 아직도 그때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유진 씨는 일일선생님으로서 유치원과 학교에 방문하는 일이 잦았는데 담당 교사로부터 아이들이 누구 보다도 아빠를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석수 씨는 유치원으로부터 아내가 전해오는 이런 얘기들을 때면 자부심이 가슴에 벅차오른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버린 지금 오히려 이 부부는 더욱 여유로워 졌다. 두 사람 모두 내근직으로 발령 나면서 대화하는 시간도 많아졌다. 최근엔 부모들이 아이를 혼낼 때 경찰을 들먹인 다는 게 화두에 올랐다.

“경찰은 도움을 주는 사람이지 무서운 존재가 아니거든요. 아동 범죄가 늘어나는 요즘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지도가 필요합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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