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기자가 취재해 쓴 기사뿐 아니라 여러 기관·단체에서 보낸 ‘보도자료’를 다듬어 내보내기도 한다. 거제지역의 경우 시청으로부터 시정을 다룬 보도자료가 적지 않은데 이들을 정리하다보면 지나친 행정용어 사용 때문에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뿐더러 뜻이 잘못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예컨대 ‘감소하고 있는 수산자원의 증강을 위해’라는 표현은 ‘줄고 있는 바다자원을 늘리기 위해’라고 쓰면 된다. ‘증강增强’은 수나 양을 늘려 더 강하게 한다는 의미로 감소보다는 ‘약화弱化’와 어울린다.

‘왕밤송이 치게’, ‘방류하다’등은 필요 없는 한자의 쓰임으로 ‘어린 밤송이게’, ‘놓아 보내다’ 등 쉽고 이해가 빠른 우리말로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다.

선임 기자는 기자 초임 시절 경찰서에서 나온 자료를 정리하다가 ‘동석작배’란 표현에 한동안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사자성어 같기도 한 이 말은 ‘同席酌盃/ 자리에 함께 앉아 술을 따른다’는 뜻으로 단란주점 도우미의 불법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이는 중앙 언론에서도 작은따옴표(‘’)를 사용해 흔하게 쓰이지 않음을 알리고 있다.

또 ‘해삼 등 28,668천미를 방류했다’는 내용은 누가 봐도 이해가 안 된다. 알아보니 담당자도 한참 뒤에야 “2866만8000미인 것 같다”고 답했다.(‘미尾’는 ‘마리’로 고쳐 쓸 수 있다.)

문제는 글을 쓴 담당자가 자기 글에 책임감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역 언론 상당수가 보도자료를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어 잘못된 정보가 그대로 사회에 전해지고 있다.

잠깐 다른 얘기를 해보자. 우리나라의 기록문화는 세계 6위, 아시아 1위다. 현재 직지와 고려대장경 등 9개 항목이 유네스코가 꼽은 세계기록유산에 올라 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은 472년간 조선시대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을 6400만자의 활자로 일일이 찍어 기록했다. 이는 사관(실록 기록자)의 글씨가 같을 수 없기 때문에 혹 후대가 알아보지 못할까 염려해서다. 여기서 우리 선조들이 기록의 객관성을 높이고 후대에 잘 전달하기 위해 무단히 애를 썼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바람직한 한글 사용은 보편적 정보전달의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누구나 쉽게 쓰고, 쉽게 읽기 위해 꼭 이뤄져야 한다. 거제시는 지난해 11월부터 다른 도시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공공언어 개선’을 펼치고 있다. 매월 50여개의 행정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하고 기호 및 숫자의 표기 방법을 통일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써 온 행정용어를 우리말로 고치려니 어색한 부분도 있고, 더 헷갈리는 경우도 더러 생겨 아직은 자리 잡기 어려운 모양이다.

하지만 언론과 행정, 교육기관이 함께 노력해간다면 ‘우리말 청정 거제’도 꿈같은 얘기는 아닐 것이다. 필자 역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를 쓸 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도록 할 참이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