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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삭혀 토해내는 소리꾼 장사익김정희/ 거제문예재단 관리운영부장

봄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이 지기 시작하면 그 절정을 이룬다. 거제문화 예술회관 대극장은 4월19일 이 봄을 위한 명품 소리꾼 장사익 초청 공연인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소리꾼 장사익은 사십대 중반이라는 인생 후반기를 고민해야 할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열어젖힌 인생사로 이 시대의 전설 중 하나로 기억된다.
목청이 좋았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웅변을 잘하고 싶어서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산에 올라 소리를 질렀단다. 가수가 되고자 발성 연습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돌이켜보니 굽이굽이 돌아서 오늘의 장사익이 되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태평소 소리를 좋아했던 그는 틈틈이 단소, 피리, 태평소를 배우고 익히기를 즐겨했단다. 그 결과 1993년 전주대사습놀이에서‘공주농악’으로 장원에 뽑힌데 이어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결성농요’로 대통령상, 1994년 전주대사습놀이에서도‘금산농악’으로 장원에 올랐다.
그러나 그런 수상이 결코 중요한 요인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장사익은 엉뚱한 곳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곳은 바로 공연 뒤풀이 장소였다. 한바탕 공연을 펼친 날이면 어김없이 뒤풀이로 술판이 벌어졌다. 술과 담배를 못하는 장사익은 노래로 어울렸다. 그때마다 독특한 창법으로 불러재낀‘봄비’, ‘동백아가씨’‘님은 먼 곳에’등의 노래에 뒤풀이에 모인 사람들은 넋을 놓았다.

1994년 11월에 신촌의 소극장에 첫 무대가 마련됐다. 넋 놓은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긴 그는 딱 한 번만 노래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100석 공연장에 400명이 몰려들었다. 이틀 동안 무려 800명이 장사익의 공연을 찾았다. 폭발적인 성공이었다. 그 이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가진 단독 공연을 매진시키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데뷔 앨범을 발표한지 20년이 흐른 지금, 장사익은 정규 앨범만 7장을 가진 대한민국 대표 소리꾼으로 우뚝 섰다.
장사익을 세상에 알린 ‘찔레꽃’에 얽힌 이야기는 그의 인생사만큼이나 설화적이다. 어느 5월 바람결따라 나는 향기가 장미향기 인 줄 알고 따라가 봤는데 장미꽃 뒤에 숨어 있던 찔레꽃 향기였단다. 그 꽃을 보고 이게 바로 나로구나. 내 처지가 찔레꽃을 닮았구나 하고 한참을 목 놓아 울고 돌아와서 만든 노래가 ‘찔레꽃’이란다. 비록 외향은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소박함 이지만 그 내면에서 풍기는 향기는 장미를 능가하는 찔레꽃의 진정성을 닮은 소리꾼 장사익

장사익의 노래 중엔 대중음악이 잘 다루지 않는 죽음을 주제로 다룬 노래들이 많다. 상여소리를 즉흥적으로 풀어낸 ‘하늘가는 길’ 고려장을 당하는 노모가 아들이 혼자 내려올 길을 걱정해 솔잎을 뿌리는 내용을 담은 ‘꽃구경’을 비롯해 천상병 시인의 ‘귀천’, 정호승 시인의 ‘허허바다’, 서정주 시인의 ‘황혼길’, 허형만 시인의 ‘아버지’ 등 죽음을 주제로 다룬 많은 시들이 장사익의 소리에 엮였다. 장사익은 죽음을 알아야 삶의 소중함이 선명해진다고 역설했다.

평론가는 그의 노래를 음악적 틀에서 벗어난 즉흥성을 가진 살아있는 노래, 인간적인 노래, 그래서 감동적인 노래라고 하였다.
세월을 삭혀 토해내는 소리꾼 장사익의 기막힌 가창력은 국악 팝 대중음악을 넘나드는 자유분방함으로, ‘열아홉 순정’ ‘봄비’‘님은 먼 곳에’ 등 어떤 노래이든 그의 목소리에 얹히기만 하면 전혀 새로운 노래가 되고 만다. 그의 노래는 듣고 있으면 머리 한쪽이 시려온다. 아니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릴 것 같다 바로 이런 느낌 장사익류다.

장사익의 노래는 우리 고유의 국악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 가요를 리메이크하였다. 우리 가요를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해 부르는 능력은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의 노래 속에는 삶이 있고 살아온 인생이 있고 모두가 행복해 지기를 바라는 소박한 소망이 있다.

4월 19일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질 명품 소리꾼 장사익의 농익은 봄가락 무대는 숱한 세월을 삭인 가슴 절절함과 더불어 전형적인 충청도 사투리와 지독한 겸손으로 퇴장하는 소리꾼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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