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의승 /편집국장

우정사업본부가 결국은 가조우체국 출장소의 직원금융업무를 폐지할 모양이다. 지난해 9월부터 우려돼왔던 일이다. 주민 불안과 사등면 가조출장소 문현우 소장의 문제제기 및 본지 보도가 잇따르면서 김한표 국회의원까지 나서 ‘무기한 보류’를 주문했던 사안이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슬그머니 원래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는 듯 하다.

가조우체국 출장소에는 직원이 두 명이다. 우편업무와 금융업무를 보조한다. 최근 출장소를 찾아 목격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한 70대 할머니가 출장소를 찾았다. 손자에게 용돈을 부치셔야 한단다. 늘 그랬던 것처럼 직원에게 송금계좌를 적어주고 돈을 주면 해결됐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직원이 금융업무를 처리해 줄 수 없다. 출장소 한 켠에 자리한 ATM기기에서 할머니가 직접 처리해야 한다.

어쩔 도리 없이 가조우체국 출장소장이 할머니 통장을 찾으러 할머니 댁으로 달려간다. 통장에 입금한 후 계좌이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ATM기기라는 게 도무지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두려운 탓이다. 비밀번호 입력도 계속 틀리니 직원이 찍어줘야 할 정도다. 현실이 이렇다.

사등면 가조도에는 65세 인구가 280명이다. 문맹인 노인들도 더러 있다. 이들에겐 우체국 출장소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벗이기도 하다. 손주에게 용돈을 부쳐줄 수 있고 공과금도 척척 손쉽게 낼 수 있다. 직원들이 금융업무를 전담했을 때의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대화가 안되는 ATM기기 앞에서 쭈뼛거릴 수 밖에 없다.

본지 보도와 김한표 의원의 주문으로 인해 당초 올초부터 시행되려 했던 직원금융업무 폐지는 늦춰진 셈이었다. 직원금융업무 존치를 주민과 기자와 김 의원은 바랐다. 부산체신청 담당자와 통화해보니 나름대로 고충은 있어 보였다. 부산체신청이나 거제우체국 직원들이 무슨 잘못이 있으랴. 우정사업본부 방침이 그러니 그럴 밖에.
가조도의 직원금융업무 처리 건수는 미미하다고 보고 있었다. 4월말까지 테스트를 거쳐 문제점이 있다면 개선을 고민하겠다는 답변이었다. 노인들의 금융업무 불편이 있다면 사등우체국에서 출장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공과금도 직접 수발 처리하겠단다. 주민 불안과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데 따른 고육지책이리라.

ATM기기에 익숙해질 노인도 있을터다. 시간의 문제다. 문제는 다수 노인에게는 첨단기기가 ‘가까이하기에 먼 당신’이라는 사실이다. 우체국 출장소 고유의 사랑방 기능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르신들이 단순히 관련 업무만 보러 오는건 아니다. 직원들과 커피 한 잔 나누며 일상을 대화하고 신뢰와 정으로 다져진 사이다. 이런 맥락은 참고되지 않나보다.

금융사고 예방이 목적이라지만 속내가 궁금하다. 어쨌거나 ‘수익논리’와 ‘성과주의’로 보인다. ATM기기에선 금융사고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현재 2명인 직원을 1명으로 줄인 뒤 출장소 자체를 폐지할지도 모를 일이다. 국회의원의 강권에도 애초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니 하는 얘기다.
'대체금융기관' 하나 없는 가조도에서 우리네 어르신들이 어떤 불편을 겪을지 두고 볼 일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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