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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원대 아파트 건립 특혜 소지 없나뉴스 후(後)

거제시는 지난주 지역 언론에 뿌린 보도자료에서 한 사업자와의 협약 소식을 전하며 300만 원대 아파트 건립 사업이 탄력을 받을 거라고 알렸습니다. 집값, 땅값 비싸기론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 손꼽히는 거제인 탓에 ‘300만 원대 아파트’는 내 집 마련이 꿈인 서민들 처지에선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얘기입니다.

권민호 시장 공약사항 가운데 하나인 이번 사업은 애초부터 불가능할 거라는 시각이 주를 이뤘습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3.3㎡당 분양가가 700만 원을 넘은 지 오랜데 과연 가능하겠느냔 물음표가 계속 따라붙었습니다. 밑지고 장사할 업자도 없거니와 아파트 지을 땅조차 구하기 어려울 거란 부정적 전망이 많았습니다. 사업 추진이 여태 지지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런데 별안간 땅을 내놓겠다는 사업자가 나타났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이들이 가진 사실상 ‘돈 안 되는 땅(농림지역)’을 거제시가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를 거쳐 풀어주면(계획관리지역) 권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300만 원대 아파트 700채 정도를 지을 수 있는 땅을 토목공사까지 마쳐 ‘기부채납(寄附採納·국가나 지자체에 무상으로 재산을 준다는 뜻)’한다는 짭짤한 조건입니다.

시 관련 부서 설명으로는 평산산업(주)이 소유한 양정동 ○○○-○번지 일원 18만 9000㎡를 거제시가 나서 도시관리계획(용도지역 변경,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을 위한 행정적 절차를 모두 처리하면,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는 터(2만 4000~5000여㎡)를 닦아 시에 주는 형태입니다.

현재 평산산업이 가진 양정동 땅은 전체의 45%가량(8만 5000여㎡)이 농림지역이고, 나머지는 계획관리지역(10만 3000여㎡)으로 돼 있답니다. 현행법상 농림지역에 공동주택을 짓는 건 불가능합니다. 가치가 떨어지는 농림지역을 공동주택사업이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으로 바꿔 사업성을 높이고, 거기서 나온 개발 차익을 일정 부분 거둬들이는 게 핵심입니다.

사업자는 땅의 가치가 훌쩍 뛰니 손해 볼 게 없을 테고, 권 시장은 공약사업 완료를 위한 전제조건이 갖춰지는 셈이니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형국입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윈윈(Win-Win) 전략이란 논리인데, 말이 좋아 기부채납이지 조목조목 따지고 들면 이보다 수지맞는 장사도 없을 겁니다. 농림지에 아파트라니 요즘 유행하는 우스갯소리를 빌자면 ‘돈다발 세는 소리가 대뇌 전두엽까지 전해질 정도’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변에선 태생부터가 특혜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가 벌써 들립니다. 이번처럼 업자에게 땅을 받는 조건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해 주는 건 전국적으로도 드문 사례입니다. 사익(私益)을 공익(公益)으로 환수한다는 교과서 같은 명분만으론 논란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팍팍한 살림에 집 한 채 사는 게 사실상 삶의 목표가 되다시피 한 현실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보금자리를 공급하겠단 권 시장의 ‘의지(공약)’만큼은 돋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용도지역 변경에 따른 기부채납이 공약 실천을 위한 거의 유일한 해법이란 점에서 특혜 논란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좋은 예’로 남아 박수를 받을지, ‘나쁜 예’로 두고두고 화근이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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