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확보 목적으로 사람이 만든 산촌간척지
재두루미 출현은 풍부한 생물 다양성의 증거

▲ <사진 조순철>

우월한 기럭지와 기품 있는 자태, 고고한 걸음새로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 온 재두루미가 최근 몇 년간 동부면 산촌간척지에 날아들어 지역민들에게 진귀한 풍경을 선물하고 있다.

지난 12월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먹이활동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는 지난주께 따듯한 남쪽 나라를 향해 떠났다는 소식이다.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를 카메라에 담기위해 간척지를 찾은 사진사들이나 생태를 연구하는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올해는 최대 20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관측됐다.

산촌마을 한 주민은 “이들은 갈대밭뿐만 아니라 마을 도랑까지 누비며 먹이를 찾아다녀 아주 가까이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사람보다 큰 날갯짓으로 비상할 때는 두렵기도 하면서 경이로웠다”고 회상했다.

관심이 남다른 탐조객들은 지난해 관측된 두루미 가족을 다시 보게 돼 반가운 소감을 인터넷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새 사진전 등 다양한 활동으로 거제 새 전문가로 알려진 에코투어 김영춘 대표는 “두루미는 북부 지역에서 서식하다가 추운 겨울을 피해 가족을 데리고 남쪽으로 이동하는데 비교적 따뜻한 한반도가 기착지가 되거나 종착점이 되곤 한다”면서 “국내 최대 습지 가운데 하나인 낙동강 하류 유역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습지가 줄어들어 많은 철새들이 인근 지역으로 흩어졌는데, 거제 역시 같은 이유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재두루미가 꾸준히 발견되면서 산촌간척지가 지닌 생태적 가치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거제면과 동부면 사이에 위치한 산촌간척지는 원래 갯벌에 가까운 바다였는데 1964년경 농지확보를 목적으로 간척사업을 벌였다. 여러 사정으로 진행과 중단이 반복돼 지지부진 하다가 2002년 2월에 ‘산촌지구 미 완공 간척지 농지조성사업’을 착공, 2004년 7월 총면적 44.41ha의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 가운데 농지면적은 24.13ha이며, 갈대밭으로 이뤄진 나머지 부분은 바닷물과 담수의 수위를 조절하는 유수지로써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뿌린 갈대 씨가 지금의 철새 도래지로 거듭나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재두루미의 출현은 다양한 종이 서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찬우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은 15일 경남도민일보 기사에서 “재두루미는 종 다양성 보존을 위한 우산종으로 볼 수 있다”며 “재두루미가 서식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중소형 오리류를 비롯해 아주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우산종이란 비교적 대형종이 필요로 하는 넓은 면적의 서식지를 보전함으로써 그 서식지에 함께 살고 있는 개체수가 많고 크기가 비교적 작은 다른 종들의 다양성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김영춘 대표는 산촌간척지에서 재두루미외에도 천연기념물 205호 노랑부리저어새와 도요새류, 오리류 등 계절에 따른 철새들과 개개비, 오목눈이 등 다양한 텃새들이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에 산촌간척지를 철새도래지로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인근 주민 A씨는 매년 겨울 철새들에게 먹이기 위해 볍씨를 뿌리고 있으며, 시 관련부서는 A씨로부터 볍씨를 사들여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또 현수막과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간척지 출입을 2월 말까지 통제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철새들이 앞으로도 이곳을 찾게 하기 위해선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간척지에서는 제대로 된 위장시설없이 사진을 찍거나 탐조하는 행위, 무선 조종 비행기를 날려 철새들을 놀라게 하는 행위, 방조제에서 운동을 하며 소리 지르는 행위 등이 벌어지고 있어 새들의 휴식을 위협하고 있다.

김영춘 대표는 “세계적 희귀새인 먹황새, 흑두루미 등이 찾아오던 수월습지는 지역 최대 습지였지만 아파트 사업으로 곧 사라진다”면서 “산촌간척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생태 관광자원이 풍부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어떤 철새도 찾지 않는 척박한 도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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