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27년차 베테랑 환경미화원 김한수 씨
청소 행정 개선돼도 시민 참여 없인 ‘물거품’

거제는 농업과 산업이 공존하는 지역이어서 농·어민을 비롯한 조선소 근로자 등 다양한 이들을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시민들에게는 아무래도 ‘상쾌한 아침’을 열어주는 환경미화원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일운면 김한수(59) 씨는 현재 경력이 가장 오래된 환경미화원으로 거제시 청소행정사의 산 증인이라 할만하다. 그와의 인터뷰는 환경미화원의 일상과 고충, 그리고 환경에 대한 거제시민의 의식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김 씨는 1986년 31세에 일운면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했다. 그전까지는 집안 소유의 밭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고 있던 터에 평소 잘 알던 면 직원이 적극적으로 환경미화원 자리를 권유했다. 한창 먹고 살기 바빴던 그때 직업의 귀천이야 따질 수 있겠냐만은 ‘청소부’란 직업은 남 보기에 좋지 않아 며칠 동안이나 심각하게 고민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각종 자격증, 체력테스트 등 까다로운 시험을 거치는데, 당시는 면에서 사람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어떤 형님은 2주 동안 피해 다니며 거절하더니 결국 하더라고요.”

2009년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7명을 뽑는 거제시 환경미화원 공채시험에 85명이 지원해 약 12:1의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대학교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가 24명, 연령별로는 31~35세가 25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달 모집한 창원시 공개채용에서도 무려 278명이 응시해 39.7:1의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3000만 원 이상의 연봉과 정년 보장 등 개선된 처우에 인기 직업군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오늘날 환경미화작업은 아침 6시부터 시작해 오후 4시에 마무리되는 다소 여유 있는 일과지만, 20년 전에는 새벽 4시부터 청소를 시작해야 했다. 그야말로 새벽을 ‘깨워야’했던 것.

당시 가장 많이, 그리고 지겹게 치웠던 것이 연탄재라고 한다.
“겨울이면 집집마다 연탄재를 집 앞에 수북이 쌓아 놓는데 그걸 모두 미화원들이 수거했습니다. 다행히 일운면에 청소차가 있어서 고현매립지까지 옮길 수 있었습니다.”

그는 비교적 인구가 적은 일운면에서 줄곧 일해 왔기 때문에 27년의 미화원 생활에서 딱히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고 한다.

“고현·옥포 등 도심지역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꽤 힘든 편입니다. 차들도 많아 새벽 청소 시간에는 항상 안전사고 위험을 안고 있죠.”

김 씨는 또 한 명의 젊은 직원과 청소차 운전기사와 한 조를 이뤄 일하는데 오전에는 각 가정의 문전 쓰레기를 수거하고 오후에는 마전동 경계에서부터 학동 경계면까지 거리 정화에 나선다.

환경미화원들이 느끼는 큰 고충은 역시나 무단 투기 쓰레기다. 현행법상 가정쓰레기는 문 앞에 내놔야 하지만 주민들이 종량제 봉투를 아끼기 위해 검은 봉투에 싸서 먼 곳에 내다버린다는 것이다.

습관이 되다보니 마을 한구석에는 집하장처럼 주인 없는 쓰레기가 끊임없이 쌓이고 있다. 이런 쓰레기들은 청소용역업체가 수거해 가지 않기 때문에 환경미화원들이 봉투를 뜯어 다시 분리수거 하는 수고가 따른다.

무단투기가 미화원들이 활동하지 않는 밤사이에 이뤄지다 보니 단속도 속수무책인 상황. 궁여지책으로 쓰레기를 파헤쳐 각종 지로에 적힌 주소와 이름을 통해 그 주인들을 찾아 담당 공무원에 보고한다.

김 씨는 경력이 가장 오래된 만큼 어느덧 정년을 준비할 시기를 맞았다.

“27년 가까운 세월동안 고향의 거리를 깨끗이 유지해온 보람을 손에서 놓게 돼 적잖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좁은 취업문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환경미화원 시험에 응시하고 있는데 어떻게 더 있기를 바라겠습니까. 후배들을 위해서 물러나 주는 게 당연한 거지요.”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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