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 1·2동(옥포·국산·조라) 청년회 통합이 거제시가 추진 중인 행정동 통·폐합에 어떤 힌트를 줄 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간 경과를 정리해보면 행정동 통·폐합은 행정안전부 지침이었으나 시의회와 시민 반대로 무산됐다가 지난해 146회 임시회에서 한기수 의원이 “비효율적으로 나눠져 있는 면·동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며 다시 불씨를 당겼다.

거제시는 올해 6월 옥포1·2동과 능포·마전·장승포동 주민들로 통합추진위원회를 꾸렸고, 9월에는 권민호 시장 주재 하에 주민설명회를 열어 시민 반응을 살폈다.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현재 일부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제 속도를 못 내고 지지부진한 상태다. 각 지역의 전통과 정서를 무시한 채 행정편의를 우선한 ‘졸속 추진’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비교해 옥포 3개 청년회는 매우 오랜 시간 통합을 진행해 왔다. 청년회 측에 따르면 30년 세월동안 역대 선배들이 추진해왔고 지난 11월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청년회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행정동 통·폐합을 반대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정서상의 갈등이었다.

청년회는 자주 살과 살을 부대끼며 지역 이기주의를 무너뜨렸다. 비교적 개방적인 젊은 세대들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형님 동생 우애를 쌓아가며 경조사를 챙기고 행사를 도왔다고 한다.

조라에 초상이 나면 옥포, 국산 청년들이 상여를 메어주고, 국산 공동묘지 벌초작업에 세 지역 청년회가 낫을 들고 나섰다.

현재 회원 수 90명 남짓. 옥포 전체 인구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지만 하나로 뭉쳐지는데 30년이 걸렸다. 과연 거제시는 5개 동 6만 인구를 1년 안에 2개동으로 합칠 수 있을까.

옥포1동 주민자치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옥포가 분리되기 전 1동이 중심지였다. 2개 동으로 나눠지자 2동 지역이 커지면서 상권과 인구가 이동했고 주민센터 청사도 1동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근사하게 지어졌다. 통합이 된다면 옥포2동으로 무게중심이 실리는 것은 뻔한 구도다.

무게 중심에는 기득권도 따라간다. 덩치가 커진 옥포2동과 맞서 옥포1동의 지역 단체들이 주도권을 지켜낼 수 있느냐는 분명 가볍지 않은 문제다. 옥포2동 주민들도 통합 후 이런 갈등들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바다 건너 다른 도시 이야기가 아니라 통합 대상 지역에서 자생단체가 먼저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거제시가 옥포 청년회 통합을 타산지석 삼아 새로운 타개책을 모색하기를 기대해 본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