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문가 초청해 자전거 활성화 정책 토론
보행자 자전거 겸용도로가 제일 문제 지적

외국에선 이동수단, 국내선 여가생활
전에서 활동 중인 자전거 전문가들이 거제시의 자전거 이용 환경에 대해 쓴 소리를 이구동성으로 내뱉었다. 지난 5일 거제시공공청사에서 열린 자전거 활성화 정책 토론회에서다.

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이하 늘푸른21)가 주최하고 거제YMCA시민사업부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전기풍 시의원이 진행을 맡았으며 지역 사회단체 및 언론사와 시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관했다.

발제자로 나선 대전 발전연구원 이재영 책임연구원이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발표하며 토론회 문을 열었고, 대구 자전거타기 운동본부 김종석 본부장과 마산YMCA 이윤기 기획부장, 거제시 도로과 전덕양 담당 주무관, 늘푸른21 진휘재 사무국장이 뒤를 이었다.

시 도로과 이상민 주무관과 거제YMCA 오성주 씨가 사진위주의 사례발표와 함께 개선점을 간단히 정리하면서 토론회는 2시간에 걸쳐 마무리됐다.

이재영 연구원은 본론에 앞서 거제에 도착하자마자 카메라로 포착한 자전거 도로 실태를 참석자들에게 보여주며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쓰여야 활용이 높아지는데 거제의 도로환경에선 출퇴근, 통학 등 이동을 위한 환경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자전거 도로가 부실하거나 아예 없는 구간에서는 자전거 이용자들이 자동차 도로를 이용하게 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또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진 곳도 실상 보여주기식에 지나지 않으며, 인구이동이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인 시 청사에서조차 자전거 이용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하다는 것을 꼬집어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통근·통학·쇼핑 등을 위한 이동수단보다 레저·여가 등에 이용률이 높다”고 진단하며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면 교통 혼잡과 공기오염을 줄일 수 있으며,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와 달리 이용 중 얼마든지 타인과 인사나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관계에서도 발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2010년 기준 자전거 이용 통근·통학 비율을 조사한 결과 거제시는 5.3%로 상위 50개 도시에서 11위를 차지해 “인구 비례 이용률이 올바른 편”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북 상주시가 11.6%로 가장 높았으며 고성군이 2.7%로 50개 도시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는 자전거 이용이 부진한 구조적 문제로 자동차 중심으로 발달한 사회 환경과 자전거 선진국과 비교해 한참 늦게 시행된 자전거 정책, 소극적인 예산 배분에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자전거 이용 연구의 기반 및 투자를 넓히지 못하게 됐으며, 비전문적인 교통계획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몽과 홍보보다는 정책과 환경, 이용 행태에 따른 인과관계 분석으로 정확한 정책 도출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발표를 마무리했다.

대구와 창원, 그리고 거제에서는?
김종석 본부장은 도로교통법과 보험을 중심으로 발표를 이었다. 그는 “자전거는 원래 차량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자동차 도로로 나와야 하는 것이 맞다”며 “현재 거제의 경우 한 사람도 지나가기 벅찬 좁은 보행도로에 자전거까지 이용하고 있어 사고율이 높고,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구는 자동차 도로 갓길에 자전거 도로를 개설해 자동차와 자전거, 보행자가 분리돼 서로 간섭하지 않고 통행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다. 다만 불편한 자전거 주차장등 개선해야할 부분도 적지 않다고 말했으며 자전거와 관련한 보험문제에 대해서도 열띤 주장을 펼쳤다.

이윤기 기획부장은 창원시 사례를 중심으로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창원은 자전거도로 시설 수준에 비해 그 이용률이 낮은 편인데 이는 지금까지 자전거도로를 주로 시설과 관련한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창원시는 최근 시설보다 프로그램 개발과 제도의 정비, 그리고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과 편의 및 통행행태를 조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원은 공단지역 자전거 출퇴근자가 2006년 4.8%에서 2009년 상반기 10.1%로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전국 최초로 자전거문화센터 개장과 시민자전거보험 가입을 유치했다. 또 전국 최대 규모의 공영자전거 시스템(230개소 4500대)과 100.8km의 최장 자전거전용도로를 보유하고 있다.

시 도로과 전덕양 담당 주무관은 거제시의 자전거 이용현황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거제의 자전거도로는 총 55.8km로 이 중 전용도로는 5.8km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나머지 도로에서 보도와 자전거가 분리되지 않은 구간이 전체구간의 절반 이상인 31.4km를 차지하고 있다. 자전거 보관대는 고현동, 옥포동, 장승포동 등 인구밀집지역에만 44곳이 설치돼 있다.

시는 내년부터 전 거제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자전거보험에 가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앞으로 기존 자전거도로를 유지·관리하고 도시계획도로 개설시 보행과 자전거 겸용도로 개설을 지양하겠다는 원론적인 계획을 밝혀 아쉬움을 샀다.

진휘재 사무국장은 폐자전거를 활용하고 있는 에코자전거센터의 활동과 실적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해 거제시와 삼성중공업, 늘푸른21이 출범시킨 에코자전거센터는 고현동 주민센터 내에 자리하고 있으며 삼성중 사회공헌파트 종자돈 3000만원으로 설립됐다.

현재 직원 4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주로 폐자전거 수거· 재생을 비롯해 아파트 단지나 마을을 순회하며 무료로 자전거를 정비하고 있다. 또 자전거봉사단을 대상으로 정비교육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현재 수거된 폐자전거는 1200대로 560대를 재생해 240대를 삼성중 공용 자전거와 삼성중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 거제성로원, 2011청소년문화축제, 자활센터, 공공청사 내 단체에 무상으로 보급했으며 320대는 유상으로 판매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순서로 시 도로과 이상민 주무관과 거제YMCA 오성주 씨가 지역의 자전거 도로(사진)를 직접 카메라로 찍어 실태를 보고했다. 이들은 보행과 자전거 겸용으로 인한 사고발생 우려가 높으며 자전거도로에 방치된 적치물과 불법주차차량, 야간 시 어두운 조명과 진입을 방해하는 높은 턱을 개선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도로표지판이 자전거 진로를 방해하고 있다.

▲ 아이들이 통학용으로 자주 이용하는 도로가 끊겼다.

▲ 자전거도로가 일반 보도블럭에 설치돼 있다.

▲ 자전거이용자가 매우 위험한 상황

▲ 청소년수련관 앞 자전거 도로가 완전히 끊겼다.

▲ 보도와 자전거 도로의 구분이 없고 매우 좁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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