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냉소에도 10년째 시향 창단 운동 ‘뚝심’

거제는 ‘조선산업도시’ ‘해양관광도시’를 표방하는 반면 문화예술도시로는 2%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거제시와 인구 등 시세가 비슷한 자치단체에는 ‘시립교향악단’들이 활동중인 반면 거제는 10년째 시립교향악단 창단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그저 울림 없는 메아리로만 반복되고 있다. 그 중심에 (사)거제시 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황은석씨가 있다. 전문 음악인으로서 거제에 왜 교향악단이 필요한지를 역설하는 그의 바람은 실현될 수 있을까.

“폭 넓은 음악세계를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소개하려 합니다. 시립교향악단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에요. 시민들의 정서를 고양하고 거제를 문화예술도시로도 정착시킬 수 있지요.”

황은석씨는 지난 2003년부터 거제에서 음악가로 활동했다. 거제 챔버 오케스트라에서 첫 연주를 시작한 이래 감성과 낭만이 흐르는 클래식 음악공연을 시민들에게 선사하고 싶었단다. 음악인들이 하나 둘 모여 교향악단을 구성해 10년째 공연을 해오고 있다. 음악인의 입장에서 시립교향악단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단순 논리는 아니었다. 그가 판단하는 거제는 조선산업도시로서 경제발전을 어느 정도 이룬 곳이지만 문화예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은 부족했다는 것이다.

“지방도시들을 살펴보면, 독자적인 교향악단을 창단해 시민들의 문화수준 향상에 기여하고 있어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이루지 못한 문화예술의 낙후성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되죠.”

인구 20~30만 규모의 도시 중 교향악단을 벌써부터 갖춘 곳은 꽤 된다. 김천시, 목포시, 군산시, 춘천시, 원주시, 진주시, 김포시, 제주시 등이 있다.
교향악단 창단은 곧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의 척도가 된다는 얘기다. 특히 황 지휘자는 고품격 음악공연에 대한 시민 욕구 충족과 함께 ‘청소년 악기레슨 합주교육’도 도입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선진국은 청소년들의 안정적 인성발달을 위해 음악교육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도 환기시켰다. 구체적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거제지역 초등학교 10개교(3~6학년생)를 시범적으로 선정해 학교별 합주단을 구성하고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연간 4800명에게 음악교육을 베풀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소년 합주단이 완성되면 전국청소년음악경연대회와 전국청소년합창제의 개최 구실이 될 수 있고 세계청소년음악경연대회로의 발판도 될 수 있어 관광예술상품으로의 기획도 가능하다고 했다.

“연차별로 교육인프라를 갖추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겁니다. 문화예술도시로의 정착이 가능할 수 있죠. 거제문화예술회관과의 접목으로 문예회관의 내실도 기할 수 있습니다.”

지역의 프로연주 단체가 없다는 게 문예회관의 약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 공연단체에 의존하게 돼 문예회관이 토착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 시향이 정착하면 부산과 통영의 예술매니아 층도 흡수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연 성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거제시가 전향적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2만명을 목표로 시민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예산문제에 연연할 게 아니라 거제시 발전에도 일익을 담당할 시립교향악단 창단에 힘을 모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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