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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년 이어 온 황제의 위령제에 비는 내리고 ...제5회 고려 제18대 의종왕 추념식


오늘 허물어진 성벽을 부여잡고 흐느끼며 핀 저 억새꽃이 전하를 사모했던 신하와 백성들이며.... 중략 ..... 노송의 가지 끝에 걸려 우는 천년의 바람만이 정녕 피왕의 슬픈 역사를 알고 우옵니다. 왕이시여! 이제 천상에서 편히 잠드시고 이곳 어진 백성들을 굽어 살펴주시옵기 바라오며. 흠향 하옵소서 -고려 제18대 의종왕 추념식 제문 중에서 -

둔덕면 거림리 산93번지, 1146년 고려 제18대 왕으로 즉위해 24년간 재위하다 1170년 정중부·이의방 등 무신들의 정변으로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던 의종의 옛집 주소다.

일제강점기(1934년)에 발간된 ‘통영군지’에 폐왕성으로 기록 되면서 반세기 넘도록 ‘폐왕성’으로 불렸던 이곳은 지난 2010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제 509호) ‘거제 둔덕기성’에 지정되면서 제 이름을 찾았다.

황제의 혼은 이미 800년을 거슬러 흔적도 찾기 힘들지만 황제의 백성들은 그 유구한 세월 동안 황제의 넋을 기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 4일 둔덕면 거림리 산93번지 돌담이 흥건히 젖었다. 거제수목문화클럽(회장 김현길)회원들이 5년째 제삿밥을 지어 올리면서 3년은 비가 내렸단다.

위령제 마다 내리는 비는 억울하게 왕위를 빼앗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그리고 이제 거제 백성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슬퍼하는 황제가 하늘에서 흘리고 있는 눈물은 아닐까?

800년을 이어오던 위령제는 1970년대 새마을 운동과 가정의례준칙 등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 제문 등 제사의 명맥이 끊기긴 했지만 거제수목클럽 회원들의 노력으로 지난 2008년부터 부활됐다.
올해로 다섯 번째 맞는 황제의 추념식은 식전 공연 ‘거제의종폐왕무-귀향’에 이어, 추념사, 추모사, 조문낭독, 헌시낭송, 헌화분향과 함께 식후행사로 의종의 원혼을 위로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시대의 기운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거제의종폐왕무- 천제단의 빛’ 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지난 2010년부터 거제시가 추념식을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황제의 추념식이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해 보였다.

제상에 올려 진 간소한 차림과 국화 몇 송이가 전부였다.

수목문화클럽 김현길 회장은 “단종임금은, 영월군에서 단종제로 해마다 부활해 영월군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고, 당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승하한 의자왕은 묘로 추정되는 곳의 흙을 가져와 가묘를 조성한 부여군의 사례 등을 들어 의종제를 부활하고, 둔덕기성을 고려의 임시왕성으로 격상시키는 등 거제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문신만을 우대하고 무신을 천대한 무능한 왕으로 알려진 의종임금 이었지만 오랜 시간 거제 백성들이 의종을 사모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면서 “둔덕기성이 국가사적에 지정되고 정비사업을 앞둔 시점에서 둔덕기성을 비롯한 둔덕일대의 고려촌을 복원하고 의종임금이 삼년간 머물면서 남겨놓은 각종 흔적들과 전설들을 잘 정비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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