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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바람’ 든(?) 거제시의회

찬바람 부는 요즘 거제시의회엔 ‘스윙 바람’이 거센 모양이다. 골프를 즐기는 우리 동네 시의원들이 제법 많은가 보다. 안팎에서 듣기론 오랜 구력과 상당한 실력을 갖춘 베테랑도 제법 되고, 몇몇은 이제 막 ‘머리를 올릴’ 정도의 초보란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배지를 단 의원 15명 가운데 10명이 골프채를 잡는 걸로 알려졌다.

골프 예찬론을 펴는 일부 의원들 주장대로 순수한 ‘체력단련’이나 의원들 간 ‘친목도모’를 위한 라운딩이라면 전혀 나무랄 게 없을 터. ‘굿샷’을 주고받으며 몸도 챙기고, 도타운 정도 쌓는다는데 말 그대로 일석이조(一石二鳥)인 게 당연하다. 주변에서 색안경부터 끼고 볼 이유가 없다는 거다.

이런 까닭이라면 의원들의 골프를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의회 안에서조차 좋지 않은 얘기가 들린다. 가장 큰 이유는 ‘때’를 가리지 못해서다. 임시회나 정례회 등 공식적인 의사일정이 있는 회기 중에는 골프채 잡는 걸 피해야 한다는 게 골프 삼매경(三昧境)에 빠지지 않은 의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오전에 해당 상임위원회 안건 심사가 끝났다고, 오후엔 스크린골프를 하러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는 걸 거제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한 번쯤 깊이 고민해봤어야 했다. 의원들이 선거 때 고개 숙이며 한 표를 부탁한 대다수 주민들은 그 시각 저마다 팍팍한 ‘삶의 현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의원들을 일컬어 ‘선출직 공직자’라고도 한다. 유권자 손으로 직접 가려 뽑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임도 크다. 의원들에겐 다름 아닌 의회가 일터다. 직장에 나와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에 골프를 하는 경우는 특수한 직종이 아니고선 엄두도 못 낼 상황이다. 그것도 퇴근 전에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회기가 없는 날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회기 중에는 일터에만 집중하는 게 마땅하다. 지금 의회는 제157회 임시회가 한창이다. 다음 달 새해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집행부로부터 올해 업무실적과 내년에 추진할 사업계획 등을 일일이 보고받는 중요한 때다.

눈앞의 스윙 한 번보다 내일 당장 다룰 실과의 업무계획을 꼼꼼히 살피는 게 우선인 셈이다. 골프 ‘타수’를 줄이는 건 어려워도, 불필요한 예산을 가려내 ‘혈세’가 새지 않도록 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일지 모른다. ‘주인’은 바로 이런 역할을 바라면서 ‘머슴’에게 배지를 달아준 것일 게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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