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삶에 염증을 느낀 한 청년이 해안과 부속섬 등 거제의 수려한 비경을 두어 차례 구경하곤 “내 아이들만은 이런 곳에서 자라게 하고 싶다”며 식솔을 이끌고 거제에 정착하려 했는데, 막상 거제 도심의 빡빡한 환경을 접하자 생각을 달리해야할지 고민이라는 얘기를 필자에게 최근 전해왔다.

이 청년의 이상이 너무 큰 것인지, 만성 교통체증과 도처에서 엿보이는 각종 개발현장의 삭막해 보이는 현실이 팍팍해서였는지는 모를 일이다. 어떻든 이미 거제인들에게는 익숙해서 무감각한 풍경들이 딴엔 ‘친환경 청년’이었던 그에게는 ‘영 아니올시다’였던 모양이다.

주택공급률이 수치상으론 포화상태를 넘긴지 오랜데도 아파트 분양 열기만은 여전히 수도권 못지 않은 도시, 산자락이 잘려나가지만 그래도 관광도시를 지향하려면 골프장 몇 곳은 있어야 되지 않냐는 논리가 일견 수긍되는 반면, 여기저기서 벌건 속살이 드러난 산허리를 바라보며 답답해하는 시민들도 분명 있다.

환경단체의 지적처럼 개발 이익의 편중 이면에는 환경적 피해를 시민 모두가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거나,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문제다. 기껏 확보해 놓은 녹지공간(공원)이 결국 주차장으로 바뀔 수 밖에 없는 것도, 고육지책이라지만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고현항 재개발 계획이 과연 실익이 있을지, 환경적 피해를 최대한 예방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워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개발이 횡행하다보니 시민의식도 그렇게 고착되는 것만 같다는 점이다. 일례로 논란이 됐던 동부면 산양천 불법매립 의혹 건이 그렇다. 당사자는 의도적인 불법행위가 아니었다는 해명을 거제시에 전했지만, 인근 주민들은 전형적인 불법매립을 주장하며 행정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도심에서도, 외곽에서도 환경훼손은 만연화한 게 아닌지 염려되는 대목이다.

환경단체 활동가도 오죽하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의 개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생태자원을 활용한 질적 성장의 시급성을 강조할까. 중요한 건, 현재를 사는 우리들보다 자라나는 미래세대를 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된 청년도 애당초 자신의 아이를 생각해 이주를 고민했으니 하는 얘기다.

개발과 환경은 양립 불능이라는 냉소들이 있다. 노력 여하에 따라 두 가치는 양립할 수 있다. 시민사회와 특히 위정자를 포함한 공직자들의 지속적인 의지가 전제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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