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정법 바른인연(11)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은 지난 세상의 개개인의 그림자임을 알아야 한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다.
형상과 같이 나타나는 그림자, 목소리와 같이 대답하는 메아리, 그가 바로 나인 것처럼 현재에 드리워진 내 모습, 생활은 예전의 내 마음과 행동의 그림자인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성불(成佛)을 하시고서도 우리 중생에게 인과(因果)의 무서움을 직접 보이신 분이다.‘아함경’에 보면, 부처님과 같이 위대하신 분이 삼개월을 말이 먹는 보리를 잡수신 인연을 보이셨고, 그 당시 부처님을 모셨던 제자들도 과거의 동업(同業)임을 보이신 대목이 있다.

부처님이 슈라바스티 경계 중간에 수라연이라는 군에 계실 때 거기에 아지달이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지혜가 높을 뿐만 아니라 대부호였다.아지달은 수달 장자에게서 부처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친견하여 수라연에 오셔서 삼개월(불가의 결제기간)을 기거하시면서 설법을 해주시기를 청하였고, 또한 자기는 부처님과 오백 제자에게 공양할 것을 약속드렸다.그 후 부처님은 오백제자들과 같이 수라연에 가셨으나, 아지달은 부처님과의 약속을 어기고, 일체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부처님은 우기철(결제철)이라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어서 그 곳에 머무셨다. 마침 그 곳은 흉년이 들어 부처님과 제자들은 결식(수행자가 몸과 목숨을 돕기 위하여 밥을 비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 곳에 말을 먹이는 우바이(남자 신도)가 있어서 말에게 먹일 보리를 줄여서 부처님과 비구승(남자 스님)들에게 공양하였으므로 그것을 먹으면서 삼개월을 지내시고, 발자국으로 떠나면서 인연이 다됨을 아시고, 아난을 시켜 아지달에게 떠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자, 아지달은 중죄를 지었음을 참회하고, 칠일만 머무시기를 간청하여 공양하기를 청하였다.

그때 비구들이 부처님은 삼계의 대도사이시거늘 어찌 삼개월 동안 보리죽을 잡수셨는가? 하고 마음속으로 의심하고 있음을 알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은 무슨 인연으로 한철 동안 보리죽만 잡수셨나이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이르시기를, “과거 오랜 옛적에 반두월이라는 큰 나라가 있었고, 그때에 반두왕이라는 왕에게 유위라는 태자가 있었는데 출가하여 부처님이 되어 그대로 유위불이라고 하며, 따르는 비구가 6만2천이나 되었다. 그때 반두왕이 부처님과 비구들을 공양하는데 너무 호화로움을 보고 덕과 지혜가 높은 범지(梵志)가 제자들을 거느리고 성에 왔다. 행인에게 물어보니 반두왕의 태자께서 부처님이 되어 오셨기 때문에 왕과 국민이 공양한다는 말을 듣고 범지가 비방하는 마음을 내어 ‘세상 사람들이 헷갈리는구나! 당신이 말하는 대로라면 마땅히 말에게 먹이는 보리나 먹어야 한다.’고 하니 따라온 오백 제자들도 따라서 그렇게 하여야 한다고 동조하자, 그 가운데 한 제자가 간하기를 ‘만약 저분의 말과 같다면 그 사람의 덕이야말로 하늘의 음식을 잡수셔야 한다.’고 하였느니라. 그때의 범지는 바로 지금의 나요. 오백제자들은 지금의 너희들이며, 그때 스승에게 간하던 사람은 지금의 사리불이니라. 그때 간한 공덕으로 사리불은 천상에 올라 천공(天供)을 먹으면서 지내고 지금 돌아온 것이다. 나는 그때 재앙을 심었다가 지금에야 마쳤느니라. 너희들은 저마다 마음과 입을 삼가 부디 방자함이 없게 하라. 선과 악은 그것을 지은 사람이 죽어 오게 되어도 없어지지 않느니라.”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모두가 인연하며 살아가고 있다. 부모, 형제, 부부, 이웃, 어느 한 곳도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지 않는 곳이 없다. 삶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또 이웃 때문에 기쁨과 슬픔을 함께 맛보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기쁜 일에는 감사한 마음을 내지 않으면서도 슬픈 일에는 항상 원망하는 것이 인간이지만 어찌 그 슬픈 일인들 남의 것이겠는가?

부처님께서는 과거에 타인을 비방한 말 한마디 때문에 삼개월을 보리를 잡수신 인과(因果)를 보이시면서 우리의 삶 속에서 심은 대로 받게 되는 엄연한 인과(因果)의 법칙을 피해갈 수 없음을 직접 보이셨다. 지금 바로 눈앞에 닥친 조그마한 불이익으로 우리는 당장 괴로워한다. 내 마음 속에서 조그마한 아집을 쉬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내 마음도 평화롭고 내 이웃도 평화로울 것이다.

사람은 말도 마음으로 하는 것이고, 행동도 마음으로 하는 것이며, 말도 마음으로 듣고, 행동도 마음으로 본다.
아름다운 말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정직한 행동은 사람을 기쁘게 한다. 마음이 나의 것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말과 행동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다 접어두고, 지금 자기의 그림자를 볼 줄 아는 사람은 어찌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판단에 너무 바쁘게 서두르지 말자. 그리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이 마음이 부처님 나라요. 하나님 나라인 것이기 때문이다. 적대와 멸시와 분노와 미움이 아름다움을 낳겠는가? 각자 그림자를 볼 줄 아는 사람은 부처님 나라를 원하지 않아도 부처님 나라는 거기 있는 것이고, 하나님 나라를 원하지 않아도 하나님 나라는 내 곁에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현 시대에 살고 있는 동업 중생이므로 바른 말과 바른 실천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주인공이 되자.

새거제신문  saegeoj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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