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포도시계획도로 중로2-31호선을 두고 거제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시는 이제라도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옥포지역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125억 원의 사업비가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과정에서 빚어지게 될 주민과의 마찰에도 융통성 있게 잘 조율해 매끄럽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도로와 인접한 영진엘르빌 주민들의 속내는 불편하기만 하다. 결국 행정이 대의를 등에 업고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모든 갈등의 발단이 사실상 거제시의 무책임한 행정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애초 이 도로 자체가 잘못 그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차라리 옥포종합운동장 쪽으로 ‘산복도로’를 냈다면 아파트단지로의 진입이 원활했을 터인데 현재 설계대로라면 석천아파트 입구에서 여러 길이 만나 교통체증이 더 심해질 거라는 얘기다.

또 평평한 도로에서 17도의 급경사로로 이어지기 때문에 차량이 곤두박질치거나 미끄러져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갓길 주차가 만연한 좁은 도로, 협소한 버스회전 구간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생길 것이라고 반대 근거를 내놓았다.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아파트 지하의 암반층이 도로부지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개설을 위해 깨부수게 되면 아파트까지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공사 중단 3년째, 이제는 관련 민원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 아파트 외 주민들에겐 그다지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원래 사용하던 길이 있어 불편이 피부에 와 닿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공사가 마무리된 구간은 주차장과 공터로 사용되고 있기에 더 편해진 점도 있다.

그러나 취재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125억 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에 강한 비판을 내쏟았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당초 67억 원(추정사업비)이었던 사업비가 지금 와선 125억 원까지 확대된 것을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거제시는 사면초가에 빠져있다. 사업을 진행하려니 아파트주민의 ‘이유 있는 반대’에 부딪힐 것이고, 머뭇거리면 ‘125억 원짜리 무료주차장’을 만든 무능력한 행정이 되고 마는 탓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듯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이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면 두고두고 본보기가 될 것인데 거제시는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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