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소 근무만 반십년 … 주민과 밀착한 공직자
대소사 도맡아 행정 최일선에서 주민과 소통

행정의 최일선이라 할만한 공공기관이 있다. 출장소(出張所)다. 간단한 민원처리나 하겠거니 싶은 인식이 다반사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어쩌면, 주민들과 가장 부대껴가며 밀착해 있는 공공기관일 수 있다. 장목면 외포출장소, 하청면 칠천출장소, 사등면 가조출장소, 거제에는 이렇게 세 출장소가 있는데, 칠천출장소를 거쳐 가조출장소장까지 맡아 반십년을 일해온 공직자가 있다. 가조출장소 문현우(57) 소장을 만나 출장소 업무에 얽힌 얘기를 들었다.

“한 때 지병이 너무 심해져서 큰 수술을 한 탓에 출장소 근무를 자원했더랬습니다. 그때부터 출장소장을 계속 맡아 일해오고 있지요.”

문 소장은 칠천출장소에서 3년3개월을 일했고 가조출장소로 자리를 옮겨 1년8개월째 일하고 있다. 만 5년을 출장소장으로만 근무해온 셈이다. 20여년 전에도 가조출장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단다. 기자가 인터뷰를 시도한 까닭은, 가조도 우체국 출장소 금융업무 존폐 논란이 최근 일면서 민원 해소를 위해 가장 앞장 선 이가 그였기 때문이다. 문 소장은 그저 물 흐르듯 조용히 근무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재차 사양했지만 기자의 꼬드김(?)에 끝내 수락했다.

출장소는 어떤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까. 주민등록 전출입, 등록, 말소 등 주민등록업무 전반을 맡고 있고 인감증명 신규등록 발급관리도 하고 있다. 각종 제증명 신청 온라인 발급 등도 포함된다. 산불 등 재해예방 활동과 청소관리도 한다.
특히 주민생활관련 동향 파악이 중요하다고 했다. 출장소란 대민상담 창구 역할도 해야한다는 것. 면사무소 보조기관으로서 원거리 주민을 위한 민원출장소 형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게 문 소장의 설명이다.

“주민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형편이 어떤지, 살피게 됩니다. 칠천출장소 근무 시절에 출장소 폐지 움직임이 있었죠. 주민들의 슬기로 출장소 폐지를 막았거든요.”

그는 주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이장들을 특히 칭송했다. 칠천도 서흥수 이장의 비상한 능력과 26년 동안 주민들을 걱정하며 꿋꿋하게 최장수 이장으로 일해온 칠천도 부속섬 황덕도 허경식 이장을 지역언론에 소개한 이도 문 소장이었다. 지역을 사랑하고 진취적인 이장들과 소통하면서 감화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가조출장소는 문 소장과 여성 공무원 1명이 파견돼 있고 환경미화 등을 도맡는 계약직 1명 등 3명이 근무중이어서 단출한 편이다.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찾아와 차도 마시고 대화도 나누고 민원처리도 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서류복사도 손쉽게 할 수 있고, 귀찮을 법 한데도 문 소장이 서류작성을 직접 도와주기도 한다. 지역의 사랑방인 셈이다.

“출장소는 지역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존속돼야 한다고 봅니다. 가조 우체국 출장소 폐지 논란이 불거진 이유도, 주민 수가 적다고 성과주의로 접근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지요. 보편적 공공서비스의 개념을 생각해야죠.”

지난 토요일, 문 소장은 아내와 부산 처가로 향하던 중이었다. 거의 도착했을 무렵 출장소에서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가조도 옥녀봉에 불이 났다는 것. 곧바로 차를 돌려 가조도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소방헬기가 뜨고 난리도 아니었단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진화됐고, 원인은 주민에 의한 ‘실화(失火)’였다. 진화에 동원된 이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사비를 털어 식사를 대접했다. 거제시 산림녹지과 조사가 이뤄져 주민이 벌금을 물어야 했는데, 문 소장이 녹지과에 전화를 걸었다. 형편이 어려운 주민인데다 실수로 그리됐으니 최대한 선처해달라고. 문 소장의 ‘공직관’과 인간적 면모가 돋보이는 일화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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