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장애인과 비장애인 함께한 등산대회 열려
산악인들에 ‘도움’ 받고, 장애우들에 ‘의지’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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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일요일 오전, 경남지체장애인연합회 거제시지회(지회장 손복식)가 주최하고 거제시 산악연맹(회장 김만성)이 주관한 제9회 거제시 장애인 등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북병산 산자락에 100여명의 등산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날 등반은 반야원과 시각장애인협회를 비롯해 거제 전역에서 60여명의 장애인이 참여했고, 직원 및 봉사자와 거제시 산악연맹 소속 삼성중공업산악회·우정알파인클럽(대우조선해양)·블랙야크(고현점) 산악회 등 60여명의 비장애인이 동행해 총 120여명이 북병산을 올랐다.
이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어깨와 어깨를 비비며 산에 오른 지 올해로 벌써 9년째. 10년 전 계룡산을 첫 고지 삼아 오른 후 거제 11대 명산(망산 포함)을 누비고 있다. 2003년 태풍 ‘매미’ 때문에 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올해는 10년째지만 9회째 등반대회다. 내년과 내후년엔 노자산과 선자산을 오를 계획이다.
손복식 회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산을 오르는 등반대회가 벌써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어려우면서도 고마운 일”이라며 “장애인들에게 등산이라는 것은 1년에 한번하기도 힘든 활동인데 비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스포츠 쾌감, 산에 오를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등반은 10시쯤에 시작됐는데 전동휠체어를 타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집합장소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등반 초창기에는 거동이 불편해도 힘 꽤나 쓰는 산악회원들이 들것을 이용해 꼭대기까지 함께 올랐다고 한다.
이날 산에 오른 장애인들은 지적장애, 혹은 팔다리 쪽의 지체장애, 간질, 시각, 청각 등의 장애를 안고 있었다. 산에 오르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더라도 홀로, 또는 소규모로 산에 오르면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고율이 높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욱 장애인들은 등산이 꺼려진다.
그런 이유로 이날처럼 전문산악인들과 함께 하는 등산은 가뭄의 비처럼 반가울 수밖에 없다. 부축하거나 들것에 태워주는 직접적인 도움 못지않게 안심하고 편안하게 산을 즐길 수 있게 해줘 마음적인 부분에서도 고마움이 느껴진다.
다리가 불편한 양대생(46) 씨는 “혼자 오면 빨리 포기하거나 사고가 나기 마련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산에 오르니까 더 수월하고 기분도 즐거워 포기를 생각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등산이 재활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며 이런 기회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덧붙였다.
장애인들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산악회원들이 10년 동안 매년 이 행사를 펼쳐온 것은 그들 나름대로 얻는 것이 있기 때문 아닐까.
산악회원 최향락(50) 씨는 “서로 몸을 맞대고 대화하면서 산에 오르는 사이 매우 끈끈한 우정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장애를 이겨내고 산에 꼭 오르겠다는 의지를 본받게 된다”고 말했다.
장애아동을 둔 엄마, 아빠들도 상당히 좋게 평가하고 있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은 신체는 건강하지만 행동을 예측할 수 없어 부모들이 아이를 산에 데려가기에 무척 어려움이 따른다. 부모들은 집이나 시설에서 보호만 받던 아이들이 야외활동을 통해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것을 보면서 상당히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산행은 오후 1시 무렵에 마무리됐다. 오를 때와 달리 내려올 때는 삼삼오오 흩어져 도착시간이 꽤 차이 났는데 파트너들은 여전히 손을 맞잡고 허리를 껴안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산 아래에 도착해서는 서로 수고했다며 박수쳐주고 격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만성 산악연맹 회장은 “산악회원들은 비장애인이기 전에 산악전문가들이다. 장애우들이 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도록 의지를 심어주고 정상에 올랐을 때의 인간 본연의 기쁨을 환호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11대 명산 등반이 끝나면 거제 밖의 명산들을 찾아 장애우들과 함께 오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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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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